멀리서부터 드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시작과 함께 주변에 있던 자들은 형님을 방해하면 큰일 난다느니, 어서 가자느니 하는 말을 하다 모두 종적을 감추었다. 금속 끝이 바닥을 긁으며 기이한 소리를 냈다. 쇠파이프가 바닥과 맞닿으며 반짝하고 튀어 오르는 불꽃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파이프를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남자의 움직임은 흡사 인형처럼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듯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 걸음걸이에는 지켜보는 사람이 발조차 뗄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얼굴은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두웠기에 오히려 초록빛 눈동자가 더 선명하게 빛났다. 그는 먼 거리에서도 정면으로 보이는 먹잇감을 보며 웃었다. 눈은 분명 웃고 있는데도 남자와 얼굴을 마주한 자는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