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영 34

Free! 마코린 '피'

멀리서부터 드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시작과 함께 주변에 있던 자들은 형님을 방해하면 큰일 난다느니, 어서 가자느니 하는 말을 하다 모두 종적을 감추었다. 금속 끝이 바닥을 긁으며 기이한 소리를 냈다. 쇠파이프가 바닥과 맞닿으며 반짝하고 튀어 오르는 불꽃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파이프를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남자의 움직임은 흡사 인형처럼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듯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 걸음걸이에는 지켜보는 사람이 발조차 뗄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얼굴은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두웠기에 오히려 초록빛 눈동자가 더 선명하게 빛났다. 그는 먼 거리에서도 정면으로 보이는 먹잇감을 보며 웃었다. 눈은 분명 웃고 있는데도 남자와 얼굴을 마주한 자는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싸늘..

글/수영 2014.05.13

Free! 마코린 '알고 있어'

교문을 빠져나오는 고등학생들의 웃음소리는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건너편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있던 그는 개미떼처럼 몰려나오는 학생들을 보고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다음 목표는 이와토비고교의 남학생으로 정했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학교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주시했다. 그는 원래 남자를 죽이는 취미는 없었다. 고등학생쯤 되는 남자라면 체격도 좋고 힘도 좋아서 여차하면 그가 밀릴 가능성도 있었다. 여자 쪽이 제압하기도 쉽고 저항한다 해도 금방 힘이 빠져 포기하기에 괴롭히기도, 죽이기에도 더없이 좋은 상대였다. 하지만 처리해야만 했다. 신경질적으로 이를 악물었던 린은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고 있었다. 그가 남자를 죽일 이유가 생긴 건 얼마 전에 일어난 ..

글/수영 2014.05.13

Free! 레이마코 '함께'

*Free! 12화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일단 커플링은... 써두었지만 그냥 두사람 이야기에요! 민망스기..!! 눈앞에 있는 사람이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 말을 하고 돌아서는 그에게 손을 뻗었으나 붙잡을 새도 없이 그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쫓았지만 걸음을 아무리 빠르게 내딛어도 나와 그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감에 입을 열었다. 왜? 왜 가는 거야? 어디로 가는 거야? 하지만 뒤돌아선 그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무시하는 건지 돌아선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안 돼. 가지 마. 가지 마. 레이! 몸을 일으키며 잠에서 깨어났다. 허공에 뻗었던 손을 ..

글/수영 2014.05.13

Free! 세이쥬로린 '목도리'

http://rinright.tistory.com 린우 웹엔솔에 참여한 글입니다. “마츠오카 선배, 수고하셨습니다.” 니토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나를 맞았다. 간단히 답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겨울이 되고 추위가 들이닥친 기숙사는 난방을 해도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감기 걸린다며 조잘거리는 소리에 젖은 머리를 탈탈 털었다. 몇 번인가 손을 움직이다 니토리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에 눈이 갔다. 실타래와 뜨개바늘. 그 밑에 모양새를 잡아가고 있는 털 뭉치. 남학생으로 가득한 사메즈카에서 흔히 발견할만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니토리라면 납득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대강 무엇인지는 감이 왔지만, 설마 그건가 싶어 보고 있는 사이에 니토리가 내 얼굴과 제 손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입을 ..

글/수영 201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