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배구 28

하이큐 전력 60분 우시오이 실수

“우시와카쨩!” 호명과 함께 얼굴 가까이로 불쑥 내밀어 진 얼굴에도 우시지마는 별 반응이 없었다. 손은 여전히 무엇 하나 묻지 않은 투명한 유리잔을 닦고 있었다. 덤덤한 얼굴로 손님을 향해 조용한 눈인사를 건네는 그를 보며 오이카와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취할 때까지 마실 거니까!” 웃는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본 우시지마가 걱정스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걸로 계산해 줘’라고 내민 카드를 그에게 다시 돌려준 우시지마는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산은 나중에 카운터에서 하시면 됩니다.”“단골인데 그것도 안 돼? 우시와카쨩이 주는 술 전부 다 마실 거라는 말이라구.” 검지와 중지 사이에 카드를 끼운 채 흔든 오이카와는 이미 그리 마음을 먹은 듯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

글/배구 2014.09.06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어긋남

하나하키를 써보고 싶었습니다.개인적으로 설정한 게 조금 있어요. “아, 잘 가. 켄마.” 싱긋 웃으며 인사를 마치고 곧 지하철 문이 닫혔다. 안에 탄 사람은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 전화기 모양을 만든 뒤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집에 도착하면 전화해. 그 메시지를 읽은 쿠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일에는 보통 피곤하다며 잘 오지 않는데, 굳이 시간을 내어 보러 온 것은 켄마 나름의 어리광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인영이 자그마한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쿠로오는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전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즘이 되어서야 쿠로오는 간신히 짓고 있던 웃음을 거뒀다. 그리고 구역질을 시작했다. 연인을 향해 다정히 흔들었던 손은 입을 막고 있었다. 비틀비틀 간신히 몸을 거누며 하수구까지 걸어갔다. 시..

글/배구 2014.08.30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축제

“이야~ 일찍 다녀오길 잘했네. 사람 봐.”“너 사람 많은 거 좋아하지 않았냐?”“그것도 젊을 때 얘기지. 거기다 지금은 누구씨랑 같이 있다 보니까 별로. 이런 것도 못하잖아.” 자연스레 남자를 향한 손이 엉덩이를 주물거렸다. 맥주캔을 들고 있던 다이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아도 씩 웃기만 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으니까. 약 10년 전 둘이 처음으로 같이 갔던 축제에서도 쿠로오는 이런 식이었다. 다이치네 동네 축제까지 와서는 왜 유카타를 입고 오지 않았냐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쉽게 벗길 수 있으니까 기대했는데.’ 그 말에 다이치는 웃으며 주먹을 날렸었다. 축제를 구경하는 내내 사와무라 하고 이름을 부른 다음 기습 뽀뽀를 한 건 물론이었다. 원체 능글맞은 성격이니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

글/배구 2014.08.23

하이큐 전력 60분 FHQ(파이널 하이큐 퀘스트) - 쿠로오이

“지겨워….” 왕좌에 앉아 평화로이 시간을 때우던 오이카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손가락으로 딱딱 팔걸이를 쳐가던 손은 어느새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다 이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우유빵 먹는 것도 이제 질렸다고! 대체 이와쨩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그야 전에 말했듯이 대왕님을 만나러 오는 걸 두 사람이 미루고 있으니까.’ 해줄 말은 뻔했기에 쿠로오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마셨다. 쿠로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게 다가오며 불평불만을 토하는 남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와쨩도 토비오쨩도 바보 같아! 왜 몇 번이고 다녔던 길을 기억도 못 하고 그 쉬운 걸 헤매는 거야. 거기다 친절하게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더 빨리 오지는 못할망정 샛길로 빠지고…. 투덜투덜..

글/배구 2014.08.16

하이큐 우시오이 우시지마X오이카와 생일축하로그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네가 서 있다. 조금만 걸음을 빨리하면 따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너는 내 앞을 걸어가고 있다. 항상 너는 내 얼굴을 보면 인상을 찌푸리고 세상 모든 것에 화가 난 사람처럼 이를 갈며 덤벼든다. 하지만 전력을 다해 도망치거나 무시하는 일은 결코 없다. 너는 항상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앞에 있는 벽을 넘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녀석이기 때문에. 언제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은 채로 장난치기 바쁜 너이지만, 결코 가볍거나 웃고 있는 얼굴만이 네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오늘도 너는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는 메시지는 보냈지만,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나왔는데도 그보다 먼저 나와 나..

글/배구 2014.07.20

하이큐 쿠로다이 쿠로오X다이치 게임

“자자, 마시라고. 짠!”“나가 죽어라, 상사!!” 맥주잔이 부딪히는 소리보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가게 안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기에 두 남자가 아무리 큰소리를 낸다 한들, 아무도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금요일 밤. 각자 좋은 사람들과 좋은 한때를 보내기 위해 나와 있을 시간이었다. 그 장소가 치킨집이 된 건 쿠로오와 다이치처럼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메뉴를 선택했단 말이었다. 잔이 맞부딪히고 시원한 생맥주가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쿠로오는 마시는 와중에도 힐끗 맞은 편의 남자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는 듯 첫 잔을 단번에 마셔 버렸기에, 쿠로오도 질 새라 잔을 비워냈다. 기본 안주로 나온 팝콘에 손을 가져간 다이치는 ..

글/배구 201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