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배구 28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끝과 시작

히나타와 카게야마 때문에 체육관은 울음바다였다.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은 티격태격 서로 운다며 놀려댔기에 웃는 얼굴로 지켜봤다. 그만하라고 말릴 때까지 둘은 멈추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니시노야와 다나카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시미즈의 말 한마디에 울음을 참는 얼굴이 일그러져 웃겨 보이기까지 했었다. 카라스노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문을 나섰다. 그다음은 남은 부원들의 몫이었다. 아사히는 졸업식이 끝날 무렵부터 눈물을 쏟아냈고, 배구부 송별회에 가서는 말도 못할 만큼 울었다. 스가는 의외로 덤덤했다. 그 모습에 남아 있는 3학년 중 스가가 정신적으로는 가장 튼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못내 아쉽다는 심정을 토로했지만, 더 이상 미련이 없는 것 같았다. 봄고 경기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었기 때문일까..

글/배구 2014.12.27

쿠로다이 밤하늘

연습할 때는 타들어 가는 햇볕에 온몸이 땀 범벅이었는데, 밤이 되자 뜨겁던 공기마저 차가워졌다.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이 팔다리를 훑고 지나갔다. 자전거에서 내려 허리에 묶어 두었던 저지를 걸쳤다. 가로등은 논밭 사이사이로 난 길을 비추고 있었다. 오래된 탓에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을 뿐이라 밝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런 시골에서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인가. 멀리 거무스름한 산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 산 너머는 더 새까만 어둠이 몰려와 있었다. 많이 늦었나. 빨리 가야겠단 생각은 들었지만, 이왕 자전거에서 내린 김에 조금 더 걷자 싶어 손잡이를 쥔 채 걸었다.둥그런 달이 표면까지 보일 만큼 커다랗게 떠 있었다. 달 주변에는 별들이 많았다. 반짝거리는 빛이 땅에 있는 가로등이나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보다..

글/배구 2014.12.17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손난로

날은 추웠다. 지역 날씨 탓인지 사무실 안에 있어도 추위는 사람들을 괴롭혔다. 개인 난로를 켜 두지 않으면 바깥에 서 있는 것처럼 찬 공기가 감돌았다. 퇴근 전까지 제출하라는 보고서는 세 개가 넘었는데, 아사히, 스가와 함께 어젯밤을 달린 터라 모니터를 봐도 그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는 띵띵 울리고 눈은 건조해 아프기까지 했다. 계속해서 눈을 비비는 모양새에 옆자리의 카게야마 씨가 커피라도 타다 줄까 묻기까지 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요. 신경 쓰이게 해 미안했지만,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그렇게 오전 시간을 날렸다. 그나마 점심시간이라 조금 살 것 같았다. 따끈한 국물이 필요했기에 사내 식당에서 라면을 받아들었다. 다른 것은 언제나와 같이 별 볼 일 없는 식단이었는데도 라면 하나만큼은 ..

글/배구 2014.12.06

쿠로다이 겨울의 시작

세상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집을 나서는 발길이 다 그렇지만, 소복이 쌓인 눈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더 큰 빛을 발해 파괴력을 더했다. 눈부셔. 빨리 나오길 잘했네. 숨 쉬는 것만으로도 희뿌연 입김이 새어나온다. 겨울. 12월에 들어서면서 이제부터 겨울이라고 외치듯 몰아치는 추위에 옷깃을 여몄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냉기가 발을 타고 끝도 없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 아, 춥다.문을 열기 전까지 계속 곧 있을 시험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길을 보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그대로 머릿속에 들어가 백지가 된 것처럼 텅 비어 있었다. 아직 1학년이고 끝난 시험을 생각하면 장학금은 어렵지 않게 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남은 하나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라 부득부득 밤을 새웠다...

글/배구 2014.12.05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꿈

“저기… 사와무라 군?” 눈앞에 선 남자의 모습에 쿠로오는 다시 한 번 눈을 비볐다. 몇 번을 감았다 떠도 변하지 않는 모습에 쿠로오는 멍하니 그를 주시했다. 토요일인 오늘도 일해야 한다며 일찍이 집을 나선 다이치가 지금보다 10년은 어려 보이는 얼굴로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어제 다이치가 야근하고 오는 사이에 혼자 빼긴 했지만…. 몇 년 지나도 변함없는 취향을 반영하듯 사와무라 다이치는 고교 시절 입었던 배구 유니폼을 입은 채로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쿠로오는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새하얀 색으로 가득 찬 방에 갇힌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러니까 이건…. 쿠로오는 방긋 웃으며 제 얼굴로 손을 가져갔다. 있는 힘껏 꼬집은 볼은 아프지 않았다. 얼얼하다 싶은 감각조차 없이 그저 볼 가..

글/배구 2014.11.29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할로윈

“Trick or treat!”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꼴 보기 싫은 얼굴에 나는 다시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빈 손으로 문을 붙잡은 녀석은 당황한 듯 급히 외쳤다. “잠깐, 사와무라. 치킨! 치킨 사 왔다고!!” 바빠서 저녁조차 잊고 있었던 터라 ‘치킨’이라는 말에 손에 힘을 풀었다. 문은 쿠로오가 붙잡은 탓에 활짝 열려 버렸고, 녀석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치킨과 맥주 봉지를 들어 보이며 방긋 웃었다. “어휴….” 식탁에 앉아 한숨을 뱉자 쿠로오는 내 앞에 맥주캔을 들이밀었다. 방긋 웃는 얼굴이 눈짓으로 집어 들라며 맥주를 가리켰다. 어쩔 수 없이 캔을 집어 들고 녀석이 내민 맥주에 캔을 부딪쳤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캔 표면에 붙어 있던 물방울들이 식탁 위로 떨어졌다. “왜 한숨이야?”“…취직 걱정...

글/배구 2014.11.01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폭력

눈을 떴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한 번도 보인 적 없었던 것 마냥 어두컴컴했다. 살짝 머리도 아팠고 입안에선 피 맛이 났다. 혀로 입술을 핥으니 터진 듯한 상처가 쓰라려 왔다. 그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면서 보이기 시작한 건 테이블 하나와 구석에 쌓인 의자 몇 개였다. 창고 같아 보이는 공간에는 구석마다 캐비닛이며 연장들도 보였다. 여긴 심문실인가. 카라스노에 있는 그곳과 비슷하단 생각에 다이치는 바닥을 봤다. 컴컴한 와중에도 번들거리는 빛이 보여 저건 필시 핏자국이라 짐작했다.손은 등받이 너머로 묶여 있었고 다리는 의자에 묶여 있었다. 몸을 움직여 곳곳에 숨겨두었던 흉기들을 찾았지만, 이미 다 회수해 간 건지 몸에 있던 쇠붙이는 전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깜깜한 한구석에 손잡이가 있는 문이 보였다. 나갈 ..

글/배구 2014.10.11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교습

대학교에 오고 생활비와 용돈을 벌자는 의미에서 방학 동안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는 꽤 힘들었다. 식당에서 주문 및 서빙, 계산, 청소 등등 잡다한 일이었는데 주말에 쉬는 시간이 없다 보니 연휴가 아니고서야 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막상 연휴에는 대목이라고 쉴 수조차 없었다. 주류도 판매하는 곳이다 보니 밤늦은 시간이 되면 손님의 술주정을 들어야 하는 일도 많았고, 애꿎은 알바생에게 화풀이를 하는 손님도 많았다. 대학생이 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새삼스레 깨달은 건 세상에서 돈 버는 일만큼 어려운 게 없고, 돈 쓰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이번에는 평일에 할 수 있고 좀 더 자기 시간이 많은 알바를 택하기로 했다. 게임방 알바가 있으면 좋겠다고 고민할 무렵에 과 선배에게 이야기..

글/배구 2014.10.04

쿠로켄 합작 - 휴일

합작 공개되어 올립니다.쿠로켄합작 -> http://tnrud9710.wix.com/kuroken-collabo 휴일을 맞은 주택가의 거리는 한산했다.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다른 게 아니라 작열하는 태양 때문이었다. 주말동안 외출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따라 대다수 사람들은 꽁꽁 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에서 휴일을 보내거나 수영장이나 계곡, 바다 등으로 피서를 떠난 듯했다. 덕분에 텅 비어 버린 주택가에는 목청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쿠로오는 여느 때와 같이 방문을 두어 번 두드린 후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침대 위에서 게임에 몰두해 있던 켄마는 힐끗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다시 휴대폰에 집중했다. 이불을 한데 모아 끌..

글/배구 2014.09.20

하이큐 전력 60분 쿠로다이 꽃

이전 전력 어긋남 http://sleepkkang.tistory.com/35 에서 이어집니다. “있잖아, 사와무라.”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병 자체를 못 믿은 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는 카게야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고, 사와무라 자신이 꽃을 토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대상은 평범한 여자였지만. 하나둘 떠오르는 추억에 휘휘 손을 내저으며 기억을 쫓아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다이치의 손짓에 옆자리에 서 있던 여자가 몸을 움츠리며 그를 피했다. 아, 죄송합니다. 바로 사과하는 다이치의 모습에 여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다이치는 하하 웃다가 곧 한숨을 내뱉었다. 뭐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연애 경험은 제법 있는 편이었다. 대학교에 온 후로는 가끔 얼굴을 내밀거..

글/배구 201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