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영

Free! 소스마코 냄새가 났다

중독된 깡 2015. 12. 3. 12:17











냄새가 나. 안 그래? 그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신에게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팔을 코에 대고 킁킁거리기도 하고,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거야?' 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추리 소설 쓰냐며 팔을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혼자만 맡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것도 누군가의 체취를.


7년이 넘도록 근무한 사무실에서 늘 나는 꾀죄죄한 아저씨 냄새, 혹은 남자 냄새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가라앉고 텁텁하고 더럽다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지만 언뜻 느끼기에는 꽃향기나 향수와 같은 느낌이었다.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뿐이다. 두 달 전 입사한 신입, 타치바나 마코토.

타치바나 씨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네. 정말로 좋은 향기가 나기에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던졌을 뿐인데, 당황한 듯 킁킁거리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었다. 혼자 무슨 착각이라도 하는 건 아닌가 싶어 팀원들이 퇴근한 후 사무실에 남아 자리를 오가며 냄새의 근원을 찾으려 한 적도 있었다.


뭐 좋은 거면 상관없잖아?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단순히 좋은 향이라 여겼던 것은 착각일지도 모르는데, 그를 넘어서 타치바나에게 관심이 가고 또 그 이상을 바라게 돼 버렸다.

소스케는 한숨을 쉬며 책상을 훑었다. 개인용 컵과 텀블러에 포스트잇, 뚜껑을 닫지 않은 펜까지 들어왔다. 책상 이곳저곳에 정신없이 널린 서류와 사무용품들은 당장 정리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정리를 해둔 듯하여 내버려 두었다. 당신 가고 나서 대신 책상 정리를 했다고 할 수도 없으니.

추위를 잘 타는 마코토가 깜빡 두고 간 목도리를 들어 코에 댔을 때, 그에게서 나는 냄새라 확신했다. 알싸한 섬유유연제 향에 더해 달짝지근한 향이 묻어났다.

자리를 서성이던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답답한 사무실 공기에도 미미하게 남아있던 그 향이 코로 들어왔다. 사람 체취가 이렇게 좋은 거였던가. 뽀얀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 때도 전혀 맡은 적 없는 향이었다. 더 웃긴 건 이제 오른손과 혼자 놀 때까지 그 향을 떠올리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아, 위험한데. 화장실 가서 빼고 가야 할지도. 묵직해지는 느낌에 그만 움직이려 했지만,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는 멋대로 손에 든 목도리에 얼굴을 묻었다. 기분 좋으면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 마약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때 달칵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고개를 든 소스케는 문을 열고 들어온 상대를 바라봤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에 소스케는 손에 든 목도리를 내려놓지도 못한 채 그를 봤다. 눈이 마주치고 상황을 파악한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 그... 목도리를 두고 가서...."

하지만 그 소리는 중요치 않았다. 타치바나가 사무실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소스케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충동과 싸우고 있었다. 사무실을 가득 채울 듯한 체취는 퇴근 전 그를 마주했을 때보다 한결 강해져 있었다. 왜? 왜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소스케는 목도리를 든 채 그에게로 다가갔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마코토가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말을 내뱉던 그 입을 막고 입안을 범하며 본능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달아. 엄청나게. 초콜릿 같은 싫어하는 단맛이 아니었다. 사탕이나 과일에서 나는 단맛과도 달랐다. 자연스레 손은 타치바나의 허리를 끌어안았지만, 곧 밀쳐졌다.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빨갛게 변한 얼굴로 상사를 보던 남자는 곧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에도 '맛있다'만을 생각하던 그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 실수했다. 잠시 마른세수를 하며 주저앉았지만, 회복하는 건 금방이었다. 제 입술을 핥은 그는 피식 웃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보다도 혀끝에 감도는 다디단 맛과 향이 기대되는 탓이었다.


월루 조각글
마코토 맛있겠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