뻗어 나온 손이 시트 위를 더듬었다. 더블 침대 한쪽에 텅 빈 옆자리를 더듬던 손은 이내 이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침묵했다. 같이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완전 적응해 버렸나 봐. 소스케가 있나 없나부터 확인하게 되니까…. 이불을 걷어 내며 벌떡 일어난 마코토는 천천히 휴대폰을 집었다. 화요일. 몇 번을 다시 봐도 쉬는 날이 맞았다. 다시 잘까? 일어날까? 어제 무리했고…. 거의 새벽 다 돼서 잠들지 않았나. 욕실에 들어간 소스케의 행방을 쫓아 온기가 남아 있는 시트를 더듬던 새벽이 떠올랐다.
-아침 해 놨으니까.
-으응….
-오후까지 자지 말고.
-으응….
-오전 중에 등기 온다고 했어.
-응.
-…적당히 대답하지 말고.
-으응….
새벽같이 일어나 나갈 준비를 끝낸 소스케는 그의 코를 손끝으로 가볍게 쥐었다.
-하여튼….
-으응….
-다녀올게.
가벼운 입맞춤이 따뜻해 마코토는 저도 모르게 두 팔을 뻗었다. 조용히 그의 머리를 감싸자, 소스케는 떨어지려던 몸을 유치한 채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반쯤 떠진 눈이 가만히 그를 보고 있었다.
-소스케.
-……?
애써 뜬 눈이 감길 만큼 방긋 미소 지은 마코토가 말했다.
-연습 힘내.
평소처럼 일찍 나갔지. 거의 잠도 못 잤을 텐데. 배웅도 제대로 못 해 줬고….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난 마코토는 터덜터덜 부엌으로 걸어나갔다. 예상대로 식탁 위에는 그가 두고 간 식사가 놓여 있었다. 어제 먹었던 저녁 반찬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 깔끔한 한 상에 마코토는 천천히 랩을 벗겨 냈다.
전자레인지에 밥그릇을 넣고는 멍하니 버튼을 눌렀다. 삐빅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기에는 1분이라는 시간이 떴다. 시작 버튼을 누르자 안의 그릇은 주황색 빛을 받으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도는 그릇을 보며 마코토는 멍하니 어제의 수업을 떠올렸다. 레일을 따라 오가는 것으로 시작된 수업은 어느새 물놀이로 변했고, 그 덕분에 신나게 물장구를 친 아이들은 수요일에도 오늘 한 놀이를 하자며 마코토에게 두 손을 흔들었다. 가벼운 물놀이. 그것도 몇 시간이나 연달아 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됐다. 수영선수로 뛰고 있는 소스케의 강도 높은 훈련이나 연습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퇴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빠져나갔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도 볼 수 있고, 가르치는 보람도 물론 있지만….
삐빅대는 전자레인지를 열자, 모락모락 김이 났다. 밥그릇을 집어 든 마코토는 자리에 앉았다. 계란말이와 매실장아찌, 장조림에 연두부, 샐러드까지. 잠시나마 떠올랐던 어제의 기억에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이내 그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좋은 남편이야, 소스케….
그래도 역시 아침 식사는 같이하고 싶었는데. 밥그릇을 반 정도 비웠을 때, 마코토는 젓가락을 입에 물고 있었다. 혼자 먹는 밥은 좋아하지 않는다. 동거 전에 질리도록 혼자 먹었을 뿐 아니라, 인스턴트가 대부분이었으니 지금의 아침밥은 사치나 마찬가지였다. 소스케는 그 전에도 잘 챙겨 먹었던 것 같지만. 요리에 서툰 그를 위해 소스케가 자처한 식사준비였지만, 늘 소스케에게만 맡기는 것이 미안한 마코토였다. 설거지나 빨래나 맡아서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뭐 먹을지 고민하는 거나 장 보는 거나 쉬운 일은 아니겠지. 밥만 먹고 자도 괜찮으니까 목요일에는 일찍 일어나 봐야겠다. 오늘 저녁은 소스케 대신에 요리해 볼까? 마코토는 기특한 생각을 하며 폰을 집어들었다.
간단한 요리로 검색 버튼을 누른 지, 30분째. 넘쳐나는 간단한 요리에 무엇을 선택할까 머리가 아플 무렵, 그는 폰을 내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히 도전하면 곤란하겠지. 소스케 예전처럼 맛없어도 억지로 먹어 줄지도 모르고…. 카레를 만들자.
너무 많이 만들어도 곤란하니까. 전처럼 일주일 치 카레는…. 그에게 요리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도마 위에 차례차례 감자, 양파, 당근을 늘어놓은 마코토는 막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갔다. 껍질을 벗기는 것만도 한참이 걸린 데다 아무리 큼지막하게 썰어도 양파를 자를 때는 찔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소스케도 양파 썰 때 울었던가. 그런 거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소매로 쓱쓱 눈가를 훔치던 마코토는 딩동 소리에 빠르게 손을 씻었다.
“네.”
“우체국입니다.”
아, 등기 온다고 했었지. 늘 소스케가 걸쳤던 앞치마에 손을 닦아내고 급히 문을 열었다. 손에는 서류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눈으로 마코토의 모습을 슥 훑은 우체부는 미소 지은 채 손에 든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야마자키 씨, 맞으시죠?”
“네?”
마코토의 물음에 그는 의아한 얼굴로 봉투에 적힌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그 눈길을 따라 마코토도 수취인의 이름을 확인했다. 야마자키 소스케. 아, 문패 야마자키라고 적혀 있었지. 이 사람은 당연히 내가 야마자키라고 생각할 거고….
“네, 네. 제가 야마자키예요.”
딱히 우편물을 문 앞에서 받을 일이 없어 의식한 적이 없었기에 마코토는 급히 우편물을 받아들었다. '야마자키'라고 확인 서명을 받은 우체부가 마지막까지 미심쩍은 눈길을 보냈지만, 그는 적당한 웃음과 함께 현관문을 닫았다.
야, 야마자키 씨래. 그렇구나. 이제 야마자키 마코토나 다름없는 거지. 화끈거리는 얼굴에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현관문에 기대 주저앉아 그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같이 사는 거잖아. 사실상 결혼이나 다름없고. 별거 아닌데. 당연한 건데. 근데 왜 이렇게 부끄럽지…?!
두근거림도 잠시, 손에 남아 있던 매운 기운에 두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 양파…. 매워…. 으아아 바보 같아. 소매가 젖도록 눈물을 흘리며 마코토는 방긋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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