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아까까지는 욕조 속에서 눈을 감고 바다를 떠올렸는데,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를 급습한 열기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열기를 한층 더 뜨겁게 만드는 건 등 뒤에서 온몸을 감싸듯 그를 끌어안은 마코토의 몸이었다.
오늘은 연습이 없었다. 쉬지 못하고 내내 일정에 끌려다닌 데다 마코토도 아르바이트로 바빴기 때문에 같이 살기 시작한 이후로도 마주치는 일이 드물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건 기쁜 일이었지만, 찰싹 달라붙은 마코토가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에 그 반가움도 아주 잠시였다.
원래부터 몸에 열이 많지 않던가. 하루카는 찰싹 달라붙은 마코토을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렸다. 뒤척이는 모습에 마코토는 허리에 두른 팔을 느슨하게 했지만, 하루카는 몸을 돌린 것뿐 마코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너무 더운 날씨에 마코토가 눈을 떴을 때 하루카는 이미 욕조에 들어가 있었다. 나오지 않으려는 하루를 욕조에서 끌어내 아침을 먹은 게 조금 전으로 둘은 거실에 누워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놨지만,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놀이터에서 뛰노는 꺄르르 소리가 들릴 텐데 오늘은 웬일인지 조용했다. 땡볕 때문이겠지. 불어오던 바람도 멎은 터라 거실에서 혼자 열심히 돌아가는 선풍기만이 두 사람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아르바이트 가야 하는데. 힐끗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던 마코토는 하루카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꽃내음과 비슷한 섬유유연제의 향과 더불어 하루에게서만 나는 체향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이렇게 있는 것도 오랜만이고. 아 역시 하루 정도는 바꾸는 게 좋았을까. 방학 동안 하루가 이와토비로 돌아가지 않았기에 마코토 역시 집에는 가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뭐하나 싶어 마코토는 방학동안 계속 카페에 나갔다. 그래서 종종 다른 알바생의 요구에 맞춰 근무시간을 바꿔주기도 했었는데. 며칠 전 시간을 바꿔달라고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모처럼 하루가 쉬는 날인데. 마코토는 하루카의 등에 머리를 댄 채 고개를 흔들었다. 마코토 나름의 어리광이었으나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더위에 그런 애교는 통하지 않았다. 하루카는 못 참겠다는 듯 돌아누워 마코토의 얼굴을 밀었다.
“…마코토. 떨어져.”
“에, 차가워. 하루.”
울상이 된 마코토의 얼굴에 하루카는 그의 눈을 피했다.
“덥단 말야.”
하지만 피한 시선이 무색하게 마코토는 하루카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마코토의 손이 닿은 부분이 뜨거웠다. 하루카는 빈손을 이마에 올렸다. 차가운 온도가 얼굴을 타고 몸에 스미는 듯했다. 내 손은 이렇게 뜨겁지 않은데. 지금 느껴지는 열기는 전부 마코토에게서 오는 것이리라 확신한 하루카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울상이 된 얼굴이 하루카를 보고 있었다.
“하루, 아까까지 욕조에 있었잖아. 조금 있으면 아르바이트 가야 하니까 이대로 있어 줘.”
조용한 집안에 탈탈거리는 선풍기 소리와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더 말해 봤자 마코토가 들을 리 없고. 하루카는 체념하듯 돌아누웠다. 항복의 의사표시에 마코토는 방긋 웃으며 다시 그의 등에 달라붙었다.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열기에 눈앞에 아지랑이가 보이는 듯했다. 어지러운 느낌에 하루카는 눈을 감았다.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데 마코토는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다. 쓸데없이 체력만 좋아서는.
그대로 잠이 들면 좋을 텐데, 마코토는 그럴 기분이 아닌 듯했다. 허리를 끌어안은 손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이제는 하루카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옷 위로 더듬거릴 뿐이었지만, 이곳저곳 매만지는 손길은 엊저녁의 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보다 못한 하루카가 마코토의 손을 붙잡았다.
“마코토. 가만있어.”
“하루. 요새 근육 더 붙지 않았어? 전보다 더 탄탄해진 느낌이랄까. 예전엔 더 부드러웠는데.”
“불만이야?”
고개를 돌리며 묻자, 마코토는 웃으며 더 꽉 끌어안았다.
“아, 아니. 그… 더 어른스러워졌달까? 고등학생 때랑 비교하면 확실히… 응. 더 수영선수다워졌달까.”
“선수니까 당연하잖아.”
“하하, 그렇네.”
열기를 품은 몸이 더 밀착해 달라붙었다. 뜨거워, 마코토. 밀쳐내고 싶지만, 그럴 힘도 없어 하루카는 다시 앞을 봤다. 보지 않아도 웃고 있을 마코토의 얼굴이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 지치면 금방 포기하면서 이런 데선 집요하고. 힘없이 늘어진 주먹을 꽉 쥐며 하루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떨어져.”
“에? 하루 많이 더워? 얼굴 빨개진 거 같은데. 에어컨 틀까?”
“저번 달 전기세.”
하루가 연습으로 바빴던 사이에 있었던 일이었다. 마코토는 잠깐 에어컨을 켰다가 깜빡한 채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고, 뒤늦게 돌아온 하루카가 빈집에서 돌아가는 에어컨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전기계량기가 터무니없는 수치를 기록한 후였다. 여름마다 전기사용량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전기세 폭탄을 맞은 일이 몇 번 있었기에 그가 모르는 사이에 마코토는 몇 번의 실수를 더 한 게 틀림없다고 하루카는 짐작했다.
하루카의 말 한마디에 마코토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조용한 건 잠시였다. 하루가 많이 더운 것 같아서 걱정돼서 그런 건데. 하루, 차가워. 이 날씨에 곧 일하러 나가야 하는 사람한테 말이지. 오랜만에 이렇게 같이 있는 거고 나는 하루랑 있어서 참 좋은데…. 띄엄띄엄 조용해질 것 같으면 마코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렇게 더운데도 가만있는 거잖아. 말하고 싶긴 했지만 하루는 침묵을 지켰다. 어지러움에 이어 가시지 않은 어젯밤의 피곤이 몰려왔다. 조곤조곤 울리는 마코토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고 눈꺼풀은 금세 무거워졌다. 이렇게 피곤한 것도, 더운 것도 전부 다 마코토 때문인데.
***
“하루, 하루. 자?”
깜빡 잠들었던 하루카가 눈을 떴을 때 마코토는 그의 코앞에 있었다.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마코토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 하는 소리가 선풍기 소리에도 묻히지 않고 크게만 들렸다. 막 눈을 뜨고 인상을 찌푸리던 하루카는 가만히 누워 마코토를 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이 여전히 뜨거웠다.
“미안. 깨워 버렸네. 알바 다녀올 테니까 더 자고 있어.”
아, 벌써 그런 시간인가. 하루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이대로 마코토를 보내는 게 못내 아쉬웠다. 눈을 비비던 하루카는 마코토의 등을 봤다.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시간이 있을지 모르는데. 고등어라도 구워서 점심 먹일 걸 그랬나.
“마코토.”
“응?”
“올 때 아이스크림.”
“하하, 하루도 참. 알았어. 갔다 올게. 점심 챙겨 먹어.”
현관에 앉아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마코토를 보며 하루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여전히 찌뿌둥했고 마코토가 나간 후에도 아마 침대로 돌아가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인사는 제대로 해 주고 싶으니까. 터벅터벅 이어지는 걸음은 그에게 다다라서야 멈췄다.
“마코토.”
“응?”
하루카는 조용히 마코토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덥다더니 이제 하루가 붙는 거야? 하하 웃는 마코토의 물음에도 하루카는 조용했다. 하루는 몽롱한 정신으로 그의 어깨를 더듬었다. 더위는 아까와 같았다. 이제 태양이 꼭대기에 떠 있는 시간이니 아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터였다. 등 뒤에 닿았던 열기도 전부 마코토의 체온으로, 감싸 안아 그에게 닿은 팔도 여전히 뜨거웠다. 그래도 막상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면 보내기 싫어지니까.
가지 마. 머릿속으로 생각했으니 그 말이 마코토에게 닿을 리 없었다. 하지만 마코토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입 밖으로 낸다면 정말 가지 않을지도 모르고. 하루카는 말을 아끼며 마코토의 머리에 얼굴을 얹었다. 턱으로 가볍게 그의 머리를 누르던 하루카는 마코토의 등을 밀었다. 이따 마중 나갈게. 그 소리에 마코토는 뒤돌아섰다. 정말? 응! 끝날 때 전화할게, 하루. 들뜬 목소리에 하루카의 무표정한 얼굴에도 약간의 웃음이 번졌다.
***
마코토를 보내고 자리로 돌아온 하루카는 털썩 이불 위로 엎어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점심 챙기라는 마코토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시끄러워, 마코토. 한마디 불평과 함께 하루카는 손을 뻗었다. 털털거리던 선풍기가 멈추자 집안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매미가 울려면 아직이던가. 하루카는 이마에 팔을 대며 돌아누웠다.
마코토가 사라진 자리에는 잔뜩 구겨진 이불만 남아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뜨거운 공기보다도 적막이 그를 덮치는 듯했다. 달라진 것은 마코토뿐이다. 그런데도 열기는커녕 서늘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하루카는 이불을 끌어왔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에서는 마코토의 냄새가 났다. 하루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허리에 닿아 있던 마코토의 손길을 떠올렸다. 이내 하루카는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몸을 웅크렸다. 바보 마코토. 춥단 말야.
'글 > 수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Free! 소스마코 11월 17일 (0) | 2015.11.17 |
---|---|
Free! 소스마코 야쿠자AU - 첫사랑 1 (0) | 2015.08.26 |
Free! 소스마코 집에 가는 길 (0) | 2015.05.08 |
Free! 전력 60분 소스마코 고백 (0) | 2015.04.12 |
Free! 전력 60분 소스마코 비밀 (0) | 201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