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션받은_커플링으로_낼맘은없는_동인지_한장쓰기
뚭님 - 황립
얼어 죽을 듯한 추위에 귀가 얼얼했다. 머리까지 아픈 와중에 옆에서 쫑알쫑알 잘도 떠드는 키세의 목소리는 더 없이 거슬렸다. 일하느라 바빴으니 오랜만에 만나서 기쁜 건 알겠는데 잠깐 그 입 좀 다물면 안 되겠나 싶었지만 바쁜데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만나자고 한 걸 알기에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목소리보다 목에 두른 이 이상한 실뭉치가 더 거슬렸다.
파란색과 하얀색의 목도리는 얼핏 봐도 초보자가 만들었다는 티가 났다. 어디는 촘촘하다가 어디는 헐렁거리는가 하면 처음과 끝의 마무리 부분은 몇 번을 다시 한 건지 다른 부분과는 감촉이 달랐다. 거기다 길이는 또 얼마나 긴지 목도리가 내 키를 훌쩍 넘어 족히 3m는 될 법했다.
처음에 선물이라고 내밀었을 때는 장난인 줄만 알았는데. ‘이거 꽤 기니까 같이 하고 다닐까요?’란 말에 맘대로 하라고 답한 게 화근이었다. 둘이 해도 남는 목도리를 혼자 어떻게 하고 다니란 거야. 덕분에 길거리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 또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이제 겨울도 다 끝나고 곧 있으면 봄인데. 목도리는 너무 늦은 거 아니냐.
“선배한테 직접 만든 선물 주고 싶었거든요. 전부 다 제가 뜬 검다! 누나들이 알려주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가 한 거예요! 짬 나는 시간마다 선배 생각하면서 열심히 만들었다구요?”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는 키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화낼 맘도 사라졌다. 선물이라고 평소엔 하고 다니지도 못할 목도리를 준 건 조금 괘씸했지만 바쁜 촬영이나 연습이 있는 동안 틈틈이 시간을 내 만들었다는 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뭣보다 이렇게 비뚤배뚤 난리가 난 목도리인데, 네가 아니면 누가 만들었겠냐.
“너 이런 거 하고 다녀도 괜찮은 거냐?”
“차, 창피함까?!”
“아니. 난 상관없는데. 넌 일단 모델이니까 더 멋있는 걸 해야 하지 않겠냐고.”
“괜찮슴다. 지금은 일하는 거 아니잖아요. 선배랑 둘이 있는 시간인데.”
내게만 주는 거니까 다른 선배들에겐 비밀이라며 키세가 웃었다. 파란색이랑 흰색은 카이조 때문에 한 걸까. 너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색 좀 잘 고르는 게 어떠냐. 그 말을 하려다 팀을 생각해 일부러 이 색을 골랐을지도 몰라 입을 다물었다. 이 녀석 카이조에 와서 많은 걸 배웠을 테니까. 내가 있는 동안 이 만큼 배운 것만 해도 다행인가. 예전 같으면 이런 선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 같고. 그래도 일단 받았으니까 이 말은 해야겠지.
“야, 키세.”
“네?”
옆에서 걷는 녀석을 툭 치자, 그가 나를 봤다. 내려다보는 눈은 조금 기분 나쁘지만, 어쩔 수 없지. 말하려니 조금 부끄러운 감이 있지만, 인사는 이런 사이일수록 더 확실히 해야 하니까.
“그… 고맙다.”
바보처럼 웃으면서 ‘뭘 이 정도로’라던가 ‘선배가 좋아하니 저도 좋슴다’ 같은 말을 할 줄 알았는데. 키세는 고개를 숙였다. 뭐야. 뭔가 실수했나?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눈가에 어린 눈물이 보여 당황했다. 왜?! 지금 울 타이밍이야? 들떠서 혼자 얘기하다가 갑자기 울어버리는 녀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평소보다 들떠있던 것부터 조금 수상하긴 했는데.
“선배!”
고개를 든 키세는 엉망이 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어, 어? 달래줘야 할까, 울지 말라고 한 대 때려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대로 키세 품에 안겼다. 길에서 이러는 행동은 달갑지 않았지만, 우는 녀석을 밀쳐낼 수도 없어 키세가 입을 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내 앞에서 우는 게 부끄러운 건지 한참동안 히끅거리며 울음을 참던 녀석은 훌쩍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선배. 졸업해도 자주 보러 와요. 저 열심히 할 테니까…. 잘할 테니까. …내년에는 꼭 우승할 테니까요.”
팀이 진 건 네 탓이 아니라고 몇 번이고 얘기했었다. 키세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역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발로 걷어차는 건 그동안 많이 했었으니 한 번쯤은 봐줄까. 나보다 더 커다란 어깨를 끌어안고 그를 토닥였다. 목에 두른 목도리가 축축이 젖어 그 눈물이 내게 닿을 때까지 키세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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