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농구

쿠로코의 농구 청화 아오미네X카가미 '허기'

중독된 깡 2014. 5. 13. 10:34








13년 12월 코믹에 무료배포했던 청화 배포본입니다.




 

 

 

“아, 왜! 그거 한번 입는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투덜대는 목소리에 카가미는 들고 있던 키친타올을 집어던졌다. 쇼파에 편히 드러누워 채널을 돌리고 있던 아오미네는 농구공을 잡듯 능숙하게 한 손으로 타올을 잡아냈다.

 

“미친놈아! 그럼 네가 입던가!”

 

안 그래도 언제 들어오려나 기다리느라 늦게까지 깨어 있었는데,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간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아직 밥도 못 먹었다니. 카가미는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거기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입어보라며 카가미에게 종이백을 내밀었다. 선물인가 짐작했던 카가미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었지만, 들어 있던 내용물을 보고 종이봉투를 그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돌았냐?! 바닥에 내팽개쳐진 봉투에서 핑크색의 커다란 브래지어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입어보라는 말을 거절한 이후 아오미네는 계속 저 상태였다.

 

“못 입을 것도 없잖아.”

 

왜 네가 삐지고 있는 건데. 오히려 화내야 하는 건 내 쪽 아니냐. 뭘 잘못한 건지 하나도 모르겠단 얼굴로 피곤하단 핑계로 씻지도 않고 쇼파에 널브러진 아오미네를 보며 카가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리모컨만 누르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저씨였다.

 

“네가 가슴 좋아하는 변태인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큰 소리를 내며 부엌으로 돌아간 카가미는 날카로워진 신경에 팬 손잡이를 부러트릴 듯 세게 쥐었다. 바쁜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일찍 들어올 줄 알았다고. 늦으면 늦는다고 말이나 해주던가. 카가미는 괜히 팬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야채더미를 툭툭 밀었다.

 

“어차피 너 밑이고, 여자역이잖아.”

 

아오미네는 별생각 없이 심드렁하게 말했으나 그 말은 곤두서 있던 카가미의 신경을 긁었다. 카가미는 바로 옆에 있던 후추통을 집어던졌으나 이번에도 아오미네는 능숙하게 통을 잡아냈다.

 

“내가 여자 대용으로 보이냐!”

 

큰 소리와 함께 카가미의 손에 들려있던 팬이 가스레인지의 그릴 부분에 닿으며 챙 하는 소리를 냈다. 팬 안에서 익어가던 내용물들이 바깥으로 후두둑 튀어나왔다. 카가미의 외침에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고, 지글거리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다. 쓸데없이 흘러나오는 TV화면을 끈 아오미네는 귀를 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늦은 시간인데 재밌는 것도 안 하고, 마이쨩도 못 보겠고, 연인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그의 눈에는 그저 귀여워 보였기에 아오미네는 씩 웃으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뭐야, 카가미. 너 삐졌냐? 왜 그렇게 민감해? 생리라도 하냐?”

“넌 술 처먹고 들어왔냐?”

“제정신이야. 진짜 삐졌냐?”

 

카가미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삐지긴 누가?! 하지만 그 말을 꺼내면 분명 아오미네는 놀려댈 것이 분명하기에 입을 다물었다. 겨우 시즌이 끝나 쉴 수 있게 된 마당에 까딱하면 또 대판 싸우게 될 것 같아, 아오미네와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오미네는 그 나름대로 카가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계속 말을 걸었다.

 

“너 너무 생각이 많다고. 농구라도 한 판 하러 갈래?”

“밖에 눈 와, 병신아.”

“너 오늘 집에만 있었잖아. 그래서 더….”

“늦게 들어오는 새끼 기다리느라 못 나간 거거든.”

“아, 미안하다고. 언제는 뭐 온다고 농구 안 했냐?”

“손 얼어서 못 해. 바닥도 얼었고.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건데? 얌전히 밥이나 처먹어.”

 

미운새끼 떡 하나 더 준다고 해줄 테니까. 나 말고 그 옷 입은 마이쨩이나 보던가. 들릴 듯 말 듯 궁시렁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아오미네는 멋쩍어져 머리를 긁적였다. 늦게 온 것도 미안하고, 그와 단둘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오랜만인데 험악하게 변해가는 분위기가 아오미네에게도 반가울 리는 없었다.

 

“야, 나 가슴 큰 거 좋아하는 건 원래 알잖아.”

 

아, 잘 안다. 그래서. 뭐. 카가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싱크대 한 켠에 준비해두었던 밥을 팬 위로 쏟았다. 애초에 네가 일찍 왔으면 밥이 식을 일도 없었을 거 아냐. 전적으로 책임이 아오미네에게 있는 것만은 아니었지만, 일찍 빠져나오려던 아오미네를 붙잡은 구단 사람들에게도, 그에게도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차게 식었던 밥알들은 팬의 열기를 받으며 먹음직스런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자, 아오미네는 킁킁거리며 그의 뒤로 다가가 팔 아래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카가미. 넌 남자치고 가슴 큰 편이잖아.”

 

이 새끼가 가만두니까 진짜…. 그래서 뭐, 입어달라고? 아오미네가 카가미의 가슴을 있는 힘껏 붙잡자 그가 놀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오미네의 손을 쳐내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 새끼한테 저런 거 입어달라고나 하겠냐? 생각을 해라. 바카가미.”

 

단단한 가슴팍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감촉에 아오미네는 카가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손을 움직였다. 주물거리는 아오미네의 스킨쉽에도 카가미의 밥을 볶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별 느낌 없나. 원래 만져주면 좋아할 텐데. 아오미네는 반응 없는 카가미의 얼굴을 살피려다 부엌 유리창에 비친 그를 보고 웃었다. 너털웃음을 짓는 모습에 눈이 마주친 카가미는 붉어졌던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 새낀 항상 성질 긁으면서 끝마무리는 잘한단 말야. 시선을 돌린 카가미는 밥과 재료를 뒤섞으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눈치챈 그는 더 짓궂게 가슴을 조물거렸고 카가미는 그런 마음을 숨기려 애꿎은 볶음밥을 푹푹 찔렀다.

 

“요리 중이잖아. 손 다친다. 떨어져.”

“배고파.”

 

여전히 카가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카가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어느새 카가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춘 아오미네는 쪽쪽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목에서부터 어깨로 도장을 찍어가는 아오미네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 주려고 밥 하고 있잖아.”

 

타인의 손길이 닿는 것이 오랜만이라 카가미는 떨려오는 몸을 다잡으려 애썼지만, 아오미네는 웃으며 그의 엉덩이에 몸을 밀착시켰다. 단단한 것이 닿았다 생각한 순간, 아오미네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 밥 말고 여기.”

 

카가미는 질색하며 손을 쳐냈다.

 

“…미친놈.”

 

그러자 아오미네는 질 새라 다시 그의 몸을 껴안으며 달라붙었다. 가스레버를 잠근 카가미는 수저를 내려놓고, 다됐다며 준비해두었던 그릇에 밥을 담아냈다. 동시에 아오미네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가슴에서부터 점점 아래로 내려오던 그의 손은 카가미를 매만지며 웃을 뿐이었다.

 

“왜! 못한 지 존나 오래됐잖아. 나 안 그리웠냐? 네 냄새 맡으니까 바로 오는데. 밥 안 먹어도 되니까, 하자.”

“기껏 만들고 있으니까, 뭐? 시즌 중이니까 몸 관리하라고 안 한 거 아냐! 발정 난 새끼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여긴 반응하잖아.”

“네가 그렇게 만져대니까 …. 아 씨발, 떨어지라고!”

“어. 너 흥분하면 더 욕하잖아. 벌써 …”

 

날아온 손에 철썩 소리가 나게 뺨을 맞은 아오미네는 빨갛게 손자국이 남은 얼굴로 카가미를 쳐다봤지만, 곧 카가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방긋 웃었다. ‘다 먹고 해. 다 먹고…. 너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냐.’ 귀까지 빨개진 채 겨우 말을 내뱉은 카가미의 모습에 아오미네는 그가 건네는 그릇을 받아들었다.

 

“아아, 순식간에 다 먹을 테니까. 기다려.”


Fin


딱 장면을 쓰고 싶었던 거라 다듬어야 하지만, 재밌었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