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배구

쿠로다이 너의 무게

중독된 깡 2016. 11. 20. 17:07

다이른 다녀오고 너무 뽕 차서 휘갈긴 쿨다이..

쿠로다이 행쇼~!!!!









6시 반. 알람이 없어도 번쩍 눈이 떠졌다. 배와 다리 위에 올라와 있는 무거운 팔다리의 무게를 느꼈을 때,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이어졌다. 식욕이 당기거나 배가 고픈 게 아니다. 서둘러 짐 덩이를 치우고 이불 속을 빠져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울에 얼굴이 비쳤다. 여기저기 뻗친 머리가 정신 없었던 엊저녁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상하다. 어제 뭐 먹었지. 변기에 앉은 채 생각에 잠겼다. 회식은 소주에 고기 2차는 치킨에 맥주 3차는 곱창에… 짚이는 이유가 너무 많았다. 고개를 내두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면대 앞에 서서 물을 틀었다. 바깥 날씨처럼 차가운 물이다. 으, 추워. 팬티만 걸친 몸으로 이 날씨에 잘도 이러고 있었네. 겨우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온 집에는 외로웠다며 날 반기는 녀석이 있었다. 만취에 가까울 정도로 마셔 댄 탓에 머리는 띵띵 울리고 있었고, 매달리는 쿠로오를 밀쳐 낼 힘도 없었다. 


‘괜찮아? 해도 돼?’


아마 마음대로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실컷 물고 빨고 핥다가 간 것까지도 기억이 나는데 어디서 끊긴 건지 모르겠다.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잘 기억 안 나는데. 돌아왔을 때 쿠로오가 워낙 꽉 끌어안은 탓에 도착했으니 기절해도 된다고 안심했던 것 같다. 뭐 바깥에 나가는 거라곤 거의 일뿐이니, 집에 있는 게 최고라고 안도하게 된 덕분이겠지.


손을 닦고 부엌에 갔다. 집에 돌아와 물 한모금 대지 않은 탓에 목이 탔다. 쪼로록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이 멈췄고, 그대로 한 컵을 순식간에 마셨다. 꿀꺽거리는 목 넘김이 시원했다. 아침에 찬물은 안 좋다고 했던 것 같은데. 목탈 때 마시는 물만큼 맛있는 게 없다니까. 컵을 내려놓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려던 그때,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와무라아- 나도 무울.”


다시 컵을 들었고, 쪼르륵 소리가 이어졌다. 조용한 집안에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내가 깨워버린 건가.


컵을 건네자, 쿠로오는 나처럼 급하게 한 잔을 들이켰다. 물이 넘어갈 때마다 움직이는 목을 쳐다보면서 나는 다시금 노곤해졌다. 찬공기도 공기지만, 속옷만 걸친 채로는 역시 춥다고.


“캬, 시원하다.”


머리맡 탁자에 컵을 내려둔 쿠로오는 어서 오라는 듯 두 팔을 벌려 보였다. 기대려던 건 아닌데. 폭 하고 품에 안기게 된 탓에 쿠로오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팔 하나는 베개에 다른 팔은 내 허리에 감은 채 녀석은 얼굴을 가까이 댔다. “나 때문에 깼어?”


“으응… 침대에서 따끈따끈한 게 사라지니까 눈이 떠져서.”


“인간 난로냐….”


“에이 이불이랑 살결은 다르잖아. 다이치는 이렇게 탄탄하고 매끈매끈하고 만지면 힐링이 되는데.”


자연스레 더 다가온 쿠로오는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다리 한쪽도 내 몸에 겹쳐 나를 에워싼 쿠로오는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조금씩 눈이 감기는 건 바깥과는 다르게 따듯한 쿠로오의 온기 덕인가. 입맞춤 뒤에도 쿠로오는 떨어지지 않았다. 마주한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가까운 탓에 초점조차 맞지 않았지만, 올곧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근데… 왜 선 건데.”


허벅지에 닿는 딱딱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음… 아침이고, 사와무라가 옆에 있으니까?”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이냐….


“그럼 떨어지든가.”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나기에 떨어지려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몸 위로 엎드려서는 슬쩍 밀착해 온다.


“에이, 아침이니까 한번 더 하는 거 어때?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졸리다니까. 그래도 능청스럽게 말하는 게 조금은 귀여워서 두 손으로 목을 감싸안았다.


“나 진짜 피곤해. 어제도 잘 기억 안 나고….”


가라앉은 데다 감기 기운까지 얹힌 목소리가 울리자, 쿠로오는 내 이마에 손을 댔다. 열은 없는데. 이어 움직인 손이 끌어안았던 내 손을 붙잡아 제 입으로 가져갔다. 따듯한 숨결이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냈는데. 기억이 안 나? 너무해…. 흐흑….”


가증스럽게 우는 척하는 것도 여전해서 나는 남은 손으로 쿠로오의 몸을 눕혔다. 침대 위로 쓰러진 쿠로오는 갑작스러운 힘에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졸려. 누워.”


마지막 남은 힘으로 조심히 보듬자 쿠로오는 다시 팔을 뻗었다. 팔베개해 주겠다는 눈짓에 슬쩍 머리를 들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팔이 쏙 들어왔다. 이불을 덮고. 따듯함에 다시 긴장이 풀려 녹을 것 같아졌다. 천천히 눈을 감았는데 다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와무라가 다른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마시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무슨 일 있었어? 힘들어?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질문에 나는 슬며시 눈을 떴다. 걱정해 주는 거냐?


“그냥 분위기에 취했어.”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좀 더 자기한테 기대도 된다든가 그런 것도 신경 쓰고 있었지….


“별일이네…. 기분 좋았던 거면 괜찮지만, 그거 뭔가 질투 나는데….”


어제부터 무슨 어리광인가 했더니. 이제는 질투까지 하는 거냐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나는 머리를 움직였다. 쿵하고 맞닿았던 이마가 떨어졌다. 눈을 뜨자, 쿠로오는 찡그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질투라니, 바보냐….”


내 웃음에 안심했나. 쿠로오는 가슴팍에 턱 하니 손을 얹으며 말했다.


“쿠로오상은 말야. 이래 보여도 질투가 무지 심하거든? 고교 배구는 끝난 지 오래인데 여태 연락하는 테루시마군이라든가.”


“대학교 후배잖아.”


“오이카와군이나.”


“걘 그냥 날 놀리는 게 재밌어서 그래. 일도 같은 쪽이고.” 


“우시와카군이라든가.”


“국대니까 힘들 거 아냐. 친구 만나고 스트레스 풀고 하는 거지.”


“아니, 우시와카군은 친구도 없어?! 아무튼 여러 모로 질투할 사람이 넘쳐서 쿠로오상은 사와무라군한테 눈을 뗄 수가 없거든?!”


꽤나 본심을 담은 질투네.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그동안 맘에 담아뒀다가 튀어나온 건지 장난삼아 말하는 건지도 꽤 헷갈릴 정돈데. 누구 만나고 왔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하나하나 다 기억해 둔 건가. 오이카와나 우시지마는 소개시켜 준 적도 있고…. 혼자 불타올라 한 명 한 명 이야기하는 쿠로오가 재밌어 웃음이 났다.


“하?! 웃을 일이 아니라구 사와무라군?”


그래, 그래. 네가 엄청나게 신경 쓰는 건 잘 알겠다.


“내가 얼마나….”


마지막 힘을 다한 손이 찰싹 쿠로오의 뺨에 가 닿았다. 세게 친 건 아니지만 녀석이 말을 멈춘 걸 보면 성공이었다. 갑작스런 따귀에 놀란 쿠로오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뭘 불안해하는 거야. 내가 여기 있는데.”


얼얼한 뺨 때문인지 여전히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는 얼굴이 바보 같았다. 손가락을 움직여 그 볼을 꼬집자 그제야 조금 아프다는 실감이 나는지 쿠로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면 그렇게 내가 못 미덥냐?”


“아, 아니요…. 믿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로오는 온몸을 밀착시켜 나를 안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힘에 외려 나는 힘이 빠졌다. 아… 방금 그게 마지막 힘이야. 이제 정말 쉬어야 하니까…. 온몸에 힘을 빼고 늘어졌다.


“…나 진짜 졸려… 쿠로오….”


“응. 더 자.”


그제야 힘을 풀고 베개만큼 거리를 둔 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너무 떨어지면 안 따듯하니까. 내 전용 인간난로니까. 의무를 다하라고.


“너무 멀리 가진 말고….”


“…역시 꽉 붙어서 잘래.”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도 없어 가만있었다. 쿠로오는 아까보다는 더 약하게 내 허리에 팔을 감았고,  다리까지 올렸기에 나는 조금 몸을 움츠렸다. 누구 앞에서도 이런 모습 보이지 않는다는 거 잘 알면서. 괜한 질투라니. 답지 않게 솔직한 것도 가끔은 괜찮네. 조금 누워 있으니 피로가 한 겹 더 몰려왔다. 닫았던 입술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이렇게 자다간 쿠로오가 사진이라도 찍겠는데 싶을 정도로 입이 크게 벌어졌는데 쿠로오는 미동조차 없었다. 


살짝 실눈을 떴다. 얌전히 눈을 감은 얼굴이 가까이에 있었다. 한 손은 손을 꼭 붙잡고 다른 손은 나를 끌어안은 채로. 팔 하나에 다리 하나의 무게.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무거움이었다. 이제는 쿠로오가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나는 네게 충분히 기대고 있다고. 슬며시 눈을 감자 잠이 쏟아져졌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온기와 다정함이 온몸을 감싸안았다.








제목 고민은 언제나 힘들다

안심하는 무게< 다이치가 안심하는 무게인데 무게가 안심하는 거 같아.

이상해. 근데 안심할 수 있는 무게 하면 뭔가 감정적 느낌이 안 살지 않아?! 

팔 하나 다리 하나 무슨 호러영화같아짐 떼어낼 거 같다... <이러고 있다가 

그냥 심플이즈베스트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