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됐다. 바로 앞에 엎드린 마코토의 머리에 더듬이같이 선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두 손가락으로 얇은 머리칼 몇 개를 만져보았지만, 아무 느낌이 없는지 마코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만 마시라고 했잖아. 타이르듯 나간 목소리에도 그는 조용했다. 맥주캔을 집었다. 막 다섯 잔째에 접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코토의 앞에 놓인 빈 캔은 하나. 마시던 두 번째 캔맥주는 혹시나 엎지르지 않도록 내 쪽으로 가져다 논 지 오래였다. 그마저도 아직 마실 거라면서 고집을 부리는 통에 캔이 구겨지도록 꽉 쥐어서 뺏어 왔다.
그치마안. 몇 초가 지나서야 들린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 팔에 얼굴을 비비는가 싶더니 엉망이 된 앞머리를 한 채로 고개를 들었다. 바보같이 베시시 웃는 얼굴에 할 말을 잃은 채 마코토를 봤다. 소스케가 마시고 싶다고 했잖아…. 정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들렸다. 그야, 마시고 싶다고 한 건 사실이지만. 너, 너무 빨리 취한다고.
보통은 마실수록 주량이 늘기 마련인데. 마코토의 몸은 맥주 한 잔 이상은 받아내지 못하는 걸까. 술주정도 여러 가지가 있는 법인데 그나마 잠드는 거라 다행일까. 가볍게 한 잔이란 건 마코토에게는 온 힘을 다해서 한 잔과도 같았기 때문에 오늘처럼 술을 마시기로 작정한 날에는 항상 뒷정리는 내 담당이었다.
반이 넘게 남은 그의 캔을 비우고 마코토를 봤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감겨 오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 위해 마코토는 인상까지 쓰며 눈을 뜨고 있었다. 찌푸려진 얼굴에도 그 얼굴이 미워 보이지 않은 건 헤 벌어진 입이 방긋 웃고 있기 때문이었다.
손을 뻗어 마코토의 미간을 눌렀다. 인상 쓰지 마. 주름 잡힌다? 마코토는 다시 눈을 감은 채 끙끙 소리를 냈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닿을 리 없는 곳을 만진 탓일까. 조금만 누르고 때려고 했는데 강아지마냥 우는소리를 내기에 나는 일부러 이마를 꾹꾹 눌렀다. 마코토, 잘 거야? 물어보나 마나 소용없는 질문이었지만 말만 해보는 셈이었다.
으음, 아니! 그 말과 함께 눈을 번쩍 뜬 마코토는 이마에 닿아 있던 내 손을 붙잡았다. 풀려 있는 초록빛 눈동자가 보였다. 마코토는 나와 눈을 맞춘 채 웃었다. 또 뭐하려고. 무슨 일이 생기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코토는 붙잡은 내 손을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검지와 중지를 잡은 채 입을 맞췄다. 마코토 뭐하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코토는 손끝을 빨기 시작했다. 사탕이라도 먹는 것 같았다. 벌어진 입술에 쪽쪽 소리가 나는 건 물론이고 상기된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손가락 끝에 닿는 혀의 감촉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린 채 빈손으로 맥주캔을 들었다. 취했다. 취한 거다. 취해서 이러는 거야. 외면한 채로 맥주캔을 쥐자 맥주를 쥔 왼손과 마코토의 입안에 있는 오른손 끝의 온도 차가 새삼 크게 느껴졌다. …뜨거워. 힐끗 마코토에게 시선을 주자, 마코토는 물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는 것처럼 열심히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무슨 녹지 않는 안주라도 되는 줄 아는 거 아냐?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맥주를 입에 가져갔다. 술맛이 좋은지 연신 입안에는 단맛만이 감돌고 있었다. 더불어 차단된 시각 탓인지 손끝에 닿는 마코토의 혀가 더 생생히 느껴졌다. 아, 진짜. 지금 하면 또 나만 나쁜 놈 되는 거 아니냐고. 큰 소리가 나도록 캔을 내려놨다. 갑자기 울린 쨍하는 소리에 마코토가 입을 뗐다. 입안에서 밖으로 나온 손가락이 겨우 바람을 쐬었다.
“소오스케에!”
또 늘어지는 말버릇. 그 소리에 마코토를 보자 그는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너, 그런 거 해도 안… 아니, 안 귀여운 건 아닌데. …왜?”
나 보기 싫어? 내 손가락은 놓지 않은 채로 마코토가 물었다. 시무룩해진 얼굴이었다. 번들거리도록 침으로 범벅이 된 입술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끈적해질 정도로 핥고 핥았던 손가락이 조금만 더 물고 있었으면 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물으면 내가 무슨 대답을 하겠냐. 당연히 아니지. 상 위에 팔을 걸치고 턱을 괴었다. 대답 대신 마음대로 하라고 손가락을 내밀자, 마코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얼굴로 다시 손끝을 입에 물었다.
엎드렸을 때 시작한 걸로 알고 침대로 알아 모셨어야 했는데. 이런 것도 나쁘진 않지만, 꼭 마코토한테 당하는 것 같잖아. 심드렁한 내 표정에도 마코토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핥았다. 짧게 자른 손톱은 조심히 혀로 훑었고, 마디마다 도드라진 뼈는 힘을 주며 꾹 누르기도 했다. 그 혀 놀림이 꼭 침대에서 하던 것과 같아서 괜히 나까지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런 식으로 고집 피운다 이거지. 그대로 끌려갈 수만은 없단 생각에 손가락을 밀었다. 할짝이기만 하던 마코토는 내 움직임에 눈을 떴다. 아까보다도 더 뜨이지 않는 눈에 나는 웃으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비었던 손으로 마코토의 얼굴을 받쳐 든 나는 조심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무얼 하려는지 아는 걸까. 마코토는 손가락을 잡았던 손에 힘을 뺐다. 입안으로, 또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손가락에 그는 천천히 입을 벌렸다. 손가락 두 개로 만족할 수 있겠어? 약지까지 모아 입에 넣자, 마코토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봤다. 어떤 의사표시를 위한 시선인지 알 수 없었지만 눈앞의 마코토는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입을 벌린 채 마코토는 두 번째 마디까지 무리 없이 받아냈다. 코로 내쉬는 숨이 더 가빠지긴 했으나 시작한 사람이 마코토인 이상, 나도 이 정도 선에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세 손가락이 끝까지 들어가도록 밀어 넣자, 컥 하는 소리가 났다. 눈을 감고 있던 그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래도 저항은 없었다. 그래, 그럼 더 해도 된다는 말이지?
손에 와 닿는 콧김이 더 세졌다. 중간중간 숨이 막히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벌어진 입술에서 새어 나온 타액이 턱을 붙잡은 왼손에도 닿아 있었다. 언제 이렇게 흘렸어. 내 목소리에도 그는 입안의 손가락을 훑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새 울었는지 마코토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보였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는데. 이런 걸로 내가 널 싫어할 리도 없고. 것보다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천천히 손을 빼내자 마코토가 눈을 떴다. 에? '더 안 하는 거야?'를 표하는 의문일까. 눈물까지 흘렸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마코토의 옆으로 갔다. 소스케. 나를 따라 고개를 돌리던 마코토는 칭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에 입을 맞추자 우는소리가 멎었다. 하지만 입을 막지 않으면 금방 다시 칭얼댈 게 뻔하다. 거기에 손가락 정도로 만족할 리 없겠지. 솟아오른 앞섶을 확인하고 나는 그를 안아 들었다. 품에 안긴 마코토는 웅얼거리며 얼굴을 비볐다. 알아, 침대로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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