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션받은_커플링으로_낼맘은없는_동인지_한장쓰기
재벜님 - 키요시+마코토
“죄송합니다!”
급하게 탈의실로 들어선 마코토의 모습에 키요시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느긋하게 해도 된다니까. 말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코토는 멋쩍게 웃었지만 옷을 갈아입는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늦을까 봐 더 빨리 나오려고 했던 건데…! 떠오르는 기억에 마코토는 열기를 식히며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키요시는 마코토와 조금 떨어져 그와는 반대로 근무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티셔츠와 청바지가 전부였기에 일찌감치 탈의를 마친 그는 서두르느라 더 버둥거리고 있는 마코토를 본의 아니게 지켜보았다. 셔츠 단추를 채우고 근무복 차림이 되어가는 마코토를 보며 키요시는 비번이었던 마코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던 마코토는 가까이 다가온 선배를 봤다. 사뭇 진지해진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지각한 걸 꾸짖으려는 걸까. 여, 역시 비번 후에 지각이 너무 잦아졌던 거야. 매번 우 웃고 넘어가 버려서…. 아무리 사람 좋은 키요시 선배라도 화낼 게 분명한데. 한 소리 들을 걸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은 마코토의 어깨에 남자의 손이 턱 하니 얹어졌다.
“마코토…. 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에? 감았던 눈이 크게 뜨이자, 키요시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근무복은 깔끔하게 다림질했는데…. 얼굴이 피곤해 보이는 건가? 키요시의 시선이 어디에 가 있는지 확인한 마코토는 거울 앞으로 가 제 모습을 확인했다. 각이 잡힌 목깃 아래로 붉은 원이 반쯤 보였다. 에… 에?! 단추를 푸르며 목에 남은 자국의 정체를 확인한 마코토의 얼굴은 한순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 그…. 이건 그러니까….”
내일은 출근이니까 오늘은 조금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젯밤에도 소스케는 그를 안았다. 그에 더해 아침에 일찍 나오려던 마코토는 또 소스케의 손에 잡혀 현관에서 침대로 다시 한 번 끌려갔었다. 소스케를 탓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잘라 거절하지 못한 제 탓이 더 크다고 자신을 나무랐다. 결국엔 두 사람이 서로 좋자고 한 일이었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어 마코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죄송할 것도 없고 널 부끄럽게 만들려던 것도 아니니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키요시가 손을 내저었으나 고개를 들지 못하는 후배는 탈의실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나도 예전엔 저랬으려나. 마코토에게서 예전의 제 모습을 겹쳐 본 키요시는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역시 아직 신혼이고 딱 좋을 때다 싶어서….”
손바닥과 손등을 제 볼에 번갈아 대 보던 마코토는 머리를 쓰다듬는 커다란 손에 고개를 들었다. 나보다 손이 큰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농구공을 한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라며 선배가 말했던 기억이 났다. 고개를 들자 이해한다는 듯 저를 바라보는 갈색 눈동자가 그를 보고 있었다. 선배는 뭔가 딱 선배 같은 느낌이니까. 듬직하고 믿을 수 있어서 좋아. 키요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챈 마코토가 똑바로 앉았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래도 끊을 땐 확실히 끊을 수 있어야 돼. 안 그러면 버릇 되니까.”
“하하하, 그거 무라사키바라씨 얘기예요?”
“응. 남자는 나이가 몇이 돼도 애니까 말이지.”
“하하….”
선배, 우리 다 남잔데요. 답할 수 없는 키요시의 조언에 마코토는 볼을 긁적이며 웃었다. 그러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선배의 동거인이 생각나 그에게 물었다.
“아, 그럼 이제 무라사키바라씨한테 가시는 거예요?”
“응. 빨리 안 가면 늦었다고 혼날지도 모르니까.”
가방을 들고 일어서던 키요시는 마코토를 보며 물었다. 남은 거 있으면 가져다줄까? 키요시의 질문에 마코토는 멈칫했으나 금방 대답했다.
“아… 아뇨. 퇴근하시는 건데 번거롭고….”
“너 방금 대답 3초 늦었다고? 하하하.”
키요시는 그의 등을 세게 치며 마코토는 어쩔 수 없다고 크게 웃었다. 마코토는 그의 커다란 손을 등으로 받아내면서 아프단 소리를 냈지만 선배와 함께 웃고 있었다. 그야 무라사키바라씨가 만드는 케이크는 엄청 맛있으니까. 지나갈 때마다 꼭 한 번 들르게 되서…. 마코토가 생각만으로도 침을 꿀꺽 넘기자 키요시가 다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갖다 줄게. 어차피 돌아가는 길이고.”
“가, 감사합니다.”
“뭘. 그 녀석도 좋아할 테니까.”
선배가 쓰다듬어주면 뭐랄까 조금 애완동물이 돼 버리는 기분이랄까. 소스케가 쓰다듬어주는 거랑은 조금 달라…. 마코토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키요시는 탈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선배의 뒷모습에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자 그는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이따 올게.”
“네. 이따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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