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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코의 농구 X Free! 크로스오버 무라사키바라X린 무제

중독된 깡 2014. 5. 13. 10:41








 

 

오늘도 무라사키바라는 그를 향해 걸었다. 늘어진 머리칼이 걸음을 뗄 때마다 흔들거렸다. 손에는 그가 떼놓지 않는 우마이봉이 쥐어져 있어,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다른 손에는 오늘 다 먹어버릴 예정인 과자가 검은 봉지 한가득 들려 있었다. 문득 걸음을 멈춘 그는 입에 우마이봉을 문 채로 봉지 안을 뒤적였다. 제대로 들어있던가. 고기맛. 김치맛. 린의 몫까지 제대로 사온 것을 확인하고는 기분 좋게 웃었다. 몇 시였더라. 약속시각. 정했던 시간보다도 몇십 분이나 더 빨리 나와 있을 그를 위해 무라사키바라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예상대로 린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시골의 공원으로 매주 약속을 정하는 건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 되어있었다. 처음에 무라사키바라는 안 그래도 시골인데 굳이 이런 데서 봐야 하느냐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린은 이와토비에서 누군가에게 무라사키바라를 보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불편했다. 특히 번화가나 주택가 주변은 마코토나 하루카에게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부끄러워?' 무라사키바라는 우물우물 과자를 먹으며 그렇게 물었다. '아니. 그런 거 아냐.'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린은 입을 다물었지만 무라사키바라는 별말 없이 린의 머리에 턱 하니 손을 얹어 두어 번 쓰다듬고는 '알았어.'라고 한 게 전부였다. 그는 항상 매사가 귀찮은 것 같고 대충대충 넘기는 것 같지만, 말하지 않아도 린을 이해하고 넘어가 주는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그 커다란 손으로 머리를 매만질 때면 무어라 할 말도 없이 애인 앞에서 수줍어지는 소녀처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어졌다. 그렇게 쓰다듬는 무라사키바라의 손을 쳐내지 않는 것. 그것이 린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정표현이었다. 린은 모자의 챙을 붙잡고 꾹 눌렀다. 그 생각만 해도 슬쩍 웃음이 나는 바보 같은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고 싶지 않았다.


"린."


들려오는 목소리에 린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너무 반가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일찍 왔네. 무라사키바라."


평소와 같이 신경쓰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를 맞이한 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 길에서 울려오는 발소리만 들어도 2m가 족히 넘는 그가 걸어온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공원은 조용했고, 그 안에 울리는 건 산속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전부라 사람이 내는 소리는 더 크게 울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린은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일단은 선배로서의 체면을 지키려는 것도 있었고, 저 혼자만 그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했다. 


고개 숙인 린을 지켜보던 무라사키바라는 비어있는 린의 옆자리로 가 앉았다. 린은 그가 오기 전부터 벤치의 끝자락에 몸을 숙인 채 간신히 앉아있었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무라사키바라는 등을 기댄 채 편히 앉았다. 무라사키바라는 봉지에서 우마이봉을 꺼내 린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린은 됐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다시 한 번 린의 앞으로 과자를 내밀었다. 고기랑 김치. 좋아하지 않았던가. 무라는 계속되는 린의 거절에 뻗었던 팔을 원위치로 되돌렸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나누고 싶다는 어린애 같은 발상은 이해하지만, 내 몫까지 사올 필요는 없는데. 린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힐끗 보려고 했는데, 보라색 눈과 눈이 마주쳐버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방금 봤겠지. 꼴사나운 모습이라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어렵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역시 린에게는 아직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감정이었다.


"정말..."


무라사키바라의 말에 린은 그대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정말? 그다음에는 무슨 말이었을까. 오랜만에 보면서 눈도 못 마주치는 애인에게 불만을 토하려 했을까. 얼굴을 바라보고 만나고 싶었다고. 눈만 감으면 네 얼굴이 아른거려 미칠 지경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무라사키바라는 전부 이해해주고 받아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면 너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린은 흐리멍덩해진 눈을 땅을 향한 채,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갑작스레 어깨를 뒤로 밀친 무라사키바라의 손에 의해 린은 벤치에 어깨를 부딪쳤다. 무슨짓이냐고 물을 생각이었는데, 말을 꺼낼 틈도 없이 무라사키바라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침범한 것도 모자라 얽혀드는 그의 혀에 린은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팔은 강한 힘으로 그를 누르고 있었다. 한참을 입을 맞댄 채 린을 희롱하던 무라사키바라는 린의 숨이 가빠지자, 그제야 입을 뗐다. 


린은 무라가 떨어진 후에도 한참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여유 있는 얼굴로 다시 과자를 먹고 있는 그의 모습에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다. 얼굴을 보는 것만도 자제가 되지 않아 힘든 린과 다르게 무라사키바라는 항상 저런 식이었다. 한 발자국 물러나면 한 발자국 다가서는 그 덕분에 린은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하고 구석으로 몰릴 뿐이었다. 게다가 무라사키바라가 키스한 후에는 항상 그가 먹던 과자의 향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오늘 무라가 먹은 과자는 조금 전에 린에게 내밀었던 고기맛 우마이봉이었다. 그것조차도 린의 취향에 맞춰 고려해주었다는 생각에 린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너."


입에 손등을 가져다 댄 린이 책망하듯 무라사키바라를 불렀다. 손등이 닿은 곳이 너무나 뜨거워 팔로 슥슥 닦아버리려 했지만, 차마 방금 그가 닿았다 떨어진 그 열기를 닦을 수가 없었다. 망설이듯 흔들리는 린의 눈동자를 보며 무라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맛있지?"


바스락거리며 그의 입속으로 과자가 들어갔다. 입가에 묻어있는 과자 부스러기를 보던 린은 어느새 무라사키바라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고 고개를 숙였다. 젠장. 혼자만 이러는 것 같은데. 하지만 린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에게 표현해야만 했다. 무라사키바라는 언제든 선을 긋고, 도망쳐버리는 자신에게 다가오려 노력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 맛있어. 그러니까."


린은 결심한 듯, 벤치에 두었던 빈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더 줘."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