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와 카게야마 때문에 체육관은 울음바다였다.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은 티격태격 서로 운다며 놀려댔기에 웃는 얼굴로 지켜봤다. 그만하라고 말릴 때까지 둘은 멈추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니시노야와 다나카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시미즈의 말 한마디에 울음을 참는 얼굴이 일그러져 웃겨 보이기까지 했었다. 카라스노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문을 나섰다. 그다음은 남은 부원들의 몫이었다.
아사히는 졸업식이 끝날 무렵부터 눈물을 쏟아냈고, 배구부 송별회에 가서는 말도 못할 만큼 울었다. 스가는 의외로 덤덤했다. 그 모습에 남아 있는 3학년 중 스가가 정신적으로는 가장 튼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못내 아쉽다는 심정을 토로했지만, 더 이상 미련이 없는 것 같았다. 봄고 경기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었기 때문일까. 아사히에게 대범해지라며 어깨를 토닥였고, 내게는 힘을 빼라고 했다. 스가가 졸업식에서 남긴 말이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시합이 끝난 이후에는 다른 진학반 학생들에게 뒤처진 진도를 따라잡느라 허둥댔고, 입시에 시달리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원래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유 같은 건 없었다. 그나마 대학에 합격한 게 다행이었는데, 그게 또 묘한 일이 돼 버려서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래도 졸업식 당일은 뭔가 아련해지는 게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지내왔던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건 물론이고, 이제 다시 교복이란 걸 입게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일기도 했다. 앞으로는 성인이라는 명목하에 얻는 자유만큼이나 책임 또한 더해진다는 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딱히 참지도 않았지만, 울컥할 것 같은 기분도 아니었고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개강 전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도 필수적인 일만 처리해두었을 뿐, 졸업식 이후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고3 때 정신없는 1학년들을 받고 연습을 하고 또 봄고에 가고. 당시에는 이렇게 한다고 될까, 정말 할 수 있을까 그런 의심만 품었었는데, 그 모든 게 지나고 보니 전부 순식간에 지나간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이제 모든 게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와무라.”
웃는 얼굴로 마주했는데도 그 얼굴이 곱게는 보이지 않았다. 내키지 않았지만, 들어둔 손이 민망할까 봐 손을 흔들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녀석은 마치 합동 연습할 때처럼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고.”
그때와 같은 의미는 아니겠지만,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고등학교는 끝났고, 대학교는 이제야 시작이었다. 그리고 4월부터 시작될 새 학기에는 이 녀석이 함께였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아, 잘 부탁해.”
쿠로오 역시 예전 일이 생각나는지 손에 힘을 꽉 주었기에 나도 질세라 손에 힘을 더했다. 마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와중에 녀석도, 나도 웃는 얼굴은 그대로였다. 이제 더는 괜한 기싸움으로 힘 뺄 필요가 없는데도.
손을 떼고 걷기 시작했다. 점심은 쿠로오가 먹고 싶다고 노래하던 오코노미야키 가게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맞다. 너 부탁했던 거.”
주머니를 뒤적여 가볍게 던지자, 쿠로오는 빠르게 물건을 받았다. 손바닥에 쥔 동그란 물체를 확인하고 쿠로오는 내 어깨에 팔을 걸쳤다. 온 무게를 실어 내리누르는 통에 녀석을 노려보자 쿠로오는 힘을 빼며 방긋 웃었다.
“고마워. 사와무라. 아, 내 것도 받아줘.”
진작에 챙겨두었다는 듯 그 손에는 단추가 들려 있었다.
“필요 없어.”
“어? 교환해야 의미가 있는 거지.”
“네가 사정하니까 준 거야. 네 거 별로 받고 싶지도 않고.”
“에이, 정말? 정말 받기 싫어?”
두 번째 단추 같은 거에 마음을 다 담는다느니 믿지는 않았지만, 쿠로오는 그 이벤트에 놀아나 줄 생각인 모양이었다. 울상이 된 얼굴을 보는 것도 내키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손에 든 단추를 낚아챘다. 분명 코즈메한테 줄 줄 알았는데.
“그런 얼굴 하지 마. 사와무라가 나한테 안 줬어도 나는 그 단추, 사와무라한테 줬을 테니까.”
마음을 읽은 듯 술술 나오는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도쿄의 대학으로 진학이 확정되면서 혹시나 모를 가능성은 생각했지만, 정말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게 당연하지만, 왜 그 시작이 이 녀석에게 연결돼 버렸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십몇 년을 살았던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될 예정인데 거기에 쿠로오가 끼어들었다. 그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을지 몰라도 나로서는 끼어들었다는 표현밖에 쓸 수 없었다. 장난 정도로 끝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주머니 속을 굴러다니는 단추 알은 그럴 생각은 버리라는 듯 뚜렷이 손끝에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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