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영 34

Free! 소스마코 바이러스D

바이러스 D 디스토피아 소재 주의 “만약에 내가 바이러스 숙주라면 어떨 것 같아?”흙먼지가 이는 바람 속에서 어이없는 질문이 들렸다. 속절없이 져가는 해를 보며 마코토가 물었다. 헛소리다. 코웃음을 치며 본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 웃음을 띠고 있어 얼른 웃음기를 거뒀다. 들고 있던 라이플을 장전하며 고개를 돌렸다.“그런 기분 나쁜 얘기, 하지 마.”어깨를 잡은 손에 나는 다시 뒤돌 수밖에 없었다. 마코토는 재촉하듯 다시 물었다.“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그러니까 만약에 그러면, 내가 숙주라면 날 죽여줄 수 있어?”왜 그런 쓸데없는 얘길 하고 그래? 그렇게 되물으려다 왠지 모르게 필사적인 그 얼굴에 입을 다물었다.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얼굴을 뒤덮게 두른 천을 뚫고 먼지는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나..

글/수영 2018.10.24

Free! 소스마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어슴푸레한 빛이 비쳤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매무새를 만졌다. 어둑어둑해진 창밖에 둥근 달이 떠 있었다. 바깥은 소란스러웠고, 틈을 타 어린 동생들은 노점상을 돈다며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을 이끈 주범은 다름 아닌 나기사겠지만. 덕분에 오늘 요정에는 적어도 몸을 파는 기생들밖에는 남지 않았다. 흥겨움에 취해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 하룻밤의 꿈처럼 덧없이 흐려질 하루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늘은 오실까. 떠들썩한 축제이니만큼 그 얼굴이 아른거렸다. 술을 마시고 취하고 어쩌면 흥에 겨워 잠자리는 생각지도 못할 손님들이 즐비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밤만큼은 나도 행복한 날이 되면 좋을 텐데.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축제는 시작되어 있었다."늦어, 마코쨩.""미안. 하지만 나올 필요도 없었던 것 같은걸...

글/수영 2018.10.11

Free! 소스마코 말할게

-말해 봐.-응? 어떤 거? 수화기 너머에선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 소스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았지만, 애써 아는 척하진 않았다. 나를 위해서지만 쉽게 고칠 수 없는 그런 것들. 딱 무어라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소스케는 그걸 '문제'라고 불렀다. -모르는 척, 할 거야?-하하...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하는데. 아마 다 들통났을 거다. 소스케는 휴대폰 너머에서도 내 표정이나 생각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까. 그럴 거면 거짓말보다는 오히려 이야기하고 혼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아니, 그러니까. 음... 오늘은 뭐가 있었냐면... 생각 좀 해보고. 소스케의 걱정은 잘 알고 있다. 너무 사람 좋게 행동하지 말라는 것. 그의 표..

글/수영 2018.09.05

Free! 소스마코 아이스크림

카키아님 리퀘~더워서 소마코 아이스크림 나눠 먹는 거~ 더워. 봄 같은 게 있긴 했나 싶을 만큼 빠르게 지나가 버리고 열도에는 가득 찬 습기와 모든 걸 불태울 듯한 뜨거움만이 남았다. 원정연습을 마치고 간신히 집에서 쉴 수 있는 휴일에도 날은 찌는 듯이 더웠다. 차라리 수영장에 가는 게 더 낫겠다 싶을 만큼 한낮의 열기는 뜨거웠기에 밖에 나가자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찬물을 끼얹고 나왔건만 거실 바닥에 쥐죽은 듯 늘어진 마코토는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베란다 문을 열어 두면 평소에는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집인데, 오늘은 정말 바람 한 점조차 불지 않는 듯했다. “더워, 더워….” 어젯밤에 잠깐 춥다며 달라붙었던 마코토는 새벽이 되기도 전에 이불을 걷어차고 내게서 떨..

글/수영 2017.06.15

Free! 소스마코 9월 14일

소스케 생일 기념글소스케 생일 축하해 우리 스케 우리 소우쨩 우리 소스케에!!!!!!!너는 꼭 재활을 해서 행복하게 수영을 하고 있길 바란다ㅏㅏㅏㅏㅏ태어나줘서 고마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소스케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1초, 2초, 3초. 시간이 지나고 표시된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인식한 그는 힘껏 쥔 주먹으로 수면을 내리쳤다. 저도 모르게 크나큰 소리를 지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해냈다. 일생일대의 소원과도 같은 일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뤄 냈다. 세계 1위에 자리에 올랐다는 그 성취감에 오랫동안 마음속에 묵혀 두었던 체증이 거대한 외침으로 변해 수영장에 울려 퍼졌다. 찰나의 시간. 0.01초를 다투는 기록 싸움에서 소스케는 미국 선수와 약 1초 차이로 메달을 거..

글/수영 2016.09.14

Free! 16.5 동페 배포본 소스마코 AU

거리는 들떠 있었다. 왕자님이 행차한다는 소식에 사람이 몰렸다. 왕권계승자의 행차는 이와토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했지만, 그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소스케 왕자는 사냥 후, 귀환할 때마다 그날 잡은 사냥감의 가죽이며 이빨 등 전리품을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했다. 그래서인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떼로 몰려 있었다. 여자들은 조금 다른 이유였다. 소스케님이 그렇게 멋있다며? 나 저번에 왕자님이랑 눈 마주쳤다구! 왕권 다툼에 연연하지 않으나 이미 다음 왕위계승자로 확실시되는 왕자님. 거기에 오랜 시간 남부와의 전쟁에서 사메즈카를 승리로 이끈 것은 전부 소스케 왕자 덕분이라고 노인들이 입을 모았다. 조금만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이면 정보가 쏟아지는 곳, 그곳이 길이었다.혼..

글/수영 2016.05.31

Free! 전력 60분 소스마코 포스트잇

흔한 연애도 못 해보고 이번 봄도 이렇게 지나간다며 모모가 우는 시늉을 했다. 시험 준비하는 녀석이 할 말이냐. 풀 죽은 채 땅을 보고 한숨을 내쉰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녀석은 벌떡 일어났다. 위로할 필요가 없다. 녀석의 머리 한구석에는 언제나 긍정으로 돌아가는 배터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곧 여름! 여름방학! 바다! 축제! 이벤트!"불끈 쥔 주먹과 투구벌레를 본 것처럼 반짝이는 눈에 패기까지 실려 있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서관 옆 쉼터는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리는 사람들로 붐볐다.“들어간다.”“아, 선배애! 조금만 더 놀다 가요!”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봄? 연애 한 번 못해 보고 지나가게 되는 계절에 무슨 의미가 있지. 그전에 빨리 경찰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졸업까지 ..

글/수영 2016.05.08

Free! 전력 60분 마코하루 달력

지쳤다…. 문을 닫으며 자연스레 현관 앞에 주저앉았다. 집안은 텅텅 빈 채로 나가기 전 급하게 벗어던져 둔 옷가지와 수건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반겨 줄 사람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허공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빨랫감을 주워다 통에 담았다. 하루가 보면 분명 잔소리할 텐데. 그전에 하루가 있었으면 집이 이 모양은 아니었겠지. 며칠째 정리는커녕 청소조차 하지 않아 설거짓거리며, 먼지가 잔뜩 쌓인 게 눈에 들어왔다.개키지도 않은 이불 위로 풀썩 쓰러지자 먼지가 풀풀 날렸다. 옷을 벗을 기운도 없었다. 이번 알바 자리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건지. 오후 내내 하는 편의점 알바는 꽤 즐거웠다.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도 있고 유통기한이 ..

글/수영 2016.04.24

Free! 전력 60분 소스마코 이름

뻗어 나온 손이 시트 위를 더듬었다. 더블 침대 한쪽에 텅 빈 옆자리를 더듬던 손은 이내 이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침묵했다. 같이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완전 적응해 버렸나 봐. 소스케가 있나 없나부터 확인하게 되니까…. 이불을 걷어 내며 벌떡 일어난 마코토는 천천히 휴대폰을 집었다. 화요일. 몇 번을 다시 봐도 쉬는 날이 맞았다. 다시 잘까? 일어날까? 어제 무리했고…. 거의 새벽 다 돼서 잠들지 않았나. 욕실에 들어간 소스케의 행방을 쫓아 온기가 남아 있는 시트를 더듬던 새벽이 떠올랐다. -아침 해 놨으니까.-으응….-오후까지 자지 말고.-으응….-오전 중에 등기 온다고 했어.-응.-…적당히 대답하지 말고.-으응….새벽같이 일어나 나갈 준비를 끝낸 소스케는 그의 코를 손끝으로 가볍게 쥐었..

글/수영 2016.04.17

Free! 소스마코 냄새가 났다

냄새가 나. 안 그래? 그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신에게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팔을 코에 대고 킁킁거리기도 하고,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거야?' 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추리 소설 쓰냐며 팔을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혼자만 맡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것도 누군가의 체취를. 7년이 넘도록 근무한 사무실에서 늘 나는 꾀죄죄한 아저씨 냄새, 혹은 남자 냄새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가라앉고 텁텁하고 더럽다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지만 언뜻 느끼기에는 꽃향기나 향수와 같은 느낌이었다.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뿐이다. 두 달 전 입사한 신입, 타치바나 마코토. 타치바나 씨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네. 정말로 좋은 ..

글/수영 201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