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영

Free! 소스마코 말할게

중독된 깡 2018. 9. 5. 15:38




-말해 봐.

-응? 어떤 거?


수화기 너머에선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 소스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았지만, 애써 아는 척하진 않았다. 나를 위해서지만 쉽게 고칠 수 없는 그런 것들. 딱 무어라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소스케는 그걸 '문제'라고 불렀다.


-모르는 척, 할 거야?

-하하...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하는데. 아마 다 들통났을 거다. 소스케는 휴대폰 너머에서도 내 표정이나 생각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까. 그럴 거면 거짓말보다는 오히려 이야기하고 혼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아니, 그러니까. 음... 오늘은 뭐가 있었냐면... 생각 좀 해보고.


소스케의 걱정은 잘 알고 있다. 너무 사람 좋게 행동하지 말라는 것. 그의 표현으로는 '어디가서 호구 잡히지 마'였다. 그렇게 손해 보는 짓인가? 그런 의문도 들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듯 '마코토, 이번엔 소스케가 옳아'라며 고개를 끄덕인 하루의 반응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남들보다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맞다고.


'친절함에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마코토는 8-9점 정도일까나' 키스미가 했던 말에 아사히까지 덧붙였다. 


'그렇지, 가장 걱정되는 건 마코토라고! 뭐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마코토가 아니라....' 뒤이어 힐끗거리는 키스미의 눈길에 아사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키스미에게 항의했다. 투닥투닥 싸우기 시작한 두 사람을 보면서 마코토는 수긍했다. 그렇구나. 나 다른 사람들이 봐도 친절한 걸까. 소스케는 그걸 '과도한 친절'이라고 했다. 상대에게 굳이 베풀지 않아도 되는 친절.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 그렇게 에너지 쏟아내고 나면 너한테 남는 게 뭐야?' 확실히.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느끼는 피로나 힘들다는 생각은 그것 때문인 걸까. 이와토비에 있을 때랑은 다르게 새로운 사람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니까. 그간의 행적과 함께 오늘 하루를 더듬어보다가 생각이 났다. 소스케에게 말해야 하는 일이.


-그 교양수업 있잖아. 법과 윤리... 조장을 맡았어.


-뭐?!


단번에 터져 나오는 큰 소리에 아차 싶었다. 조별과제 조장을 맡는다는 게 꽤 안 좋은 의미인 건 알지만, 역할 분담도 확실히 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졸업반인 선배는 학점 때문에 듣는 교양이고, 한참 이력서를 내는 중이라 면접이 있어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대신에 다른 것은 맡겨달라고 했으니까 그만큼은 요구할 생각이었다. 같은 1학년은 조가 만들어질 때부터 내성적인 성격이 두드러졌던 친구였다. 거의 말을 못 하고 있어 무언갈 시키기에 맞지 않아 보였다. 적어도 발표는 시키면 안 되겠다. 다른 한 명은 3학년 선배였는데 꽤 적극적이었지만 강의시간에도 눈에 띌 정도로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발표에 제격일 듯했다. 그럭저럭 균형이 맞는 것 같은데. 

졸업반 선배가 1학년을 위해 대략 잡아준 틀도 있어 어렵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깊은 한숨 소리에 역시 잘못이구나 싶었다.


-자진해서 맡았어?

-으응....


화난 듯한 목소리에 자신이 없어졌다.


-한다는 사람이 없어서 네가 했어?

-...응. 그래도 조원들은 괜찮아. 졸업반 선배가 많이 도와준다고 했어. 역할 분담도 딱 나눴고. 또...


소스케가 나무랄까 봐 서둘러 말을 덧붙였는데, 누그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니까. 괜찮은 사람들이면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다음부턴 거절한다고 말해야 할까. 하지만 곤란한 사람을 억지로 시키고 싶지도 않아. 내 시간이 있고, 나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맡은 건데. 작은 한숨 끝에 풀 죽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또 손해 볼까 봐 걱정되는 거야. 너는 손해라고 생각 안 할지도 모르겠지만.

-알아, 소스케가 걱정해주는 거. 늘 내 생각해주는 것도.

-알면 뽀뽀나 해줘.


응? 잠시 당황했지만 마코토는 웃음을 참으며 입으로 쪽 소리를 냈다. 이런 걸로는 전혀 위로가 안 되겠지만. 소스케 어깨에 뽀뽀해주고 싶어. 아프지 말라고. 별 탈 없이 소스케가 하고 싶은 일 이룰 수 있게 있어 달라고.


-그치만 휴대폰에 해도 소스케한테 닿지는 않는데.

-가면 해줄 거야?


평소와 다르게 어리광이 늘은 것 같아. 그런 점도 정말 좋아하지만.


-당연하지!


자신 있게 외친 목소리에 소스케는 말이 없었다. 장거리 연애. 곧 소스케도 도쿄에 오긴 하겠지만, 수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또 도쿄에 얼마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와토비와 도쿄에서 있어야 할까. 소스케 어깨가 다 나으면 1학년으로 입학하는 걸까. 내 후배가 된 소스케라면 좀 보고 싶기도 한데.... 딴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나지막이 소스케가 말했다.


-...보고 싶다.

-나도.

-지금 당장 가서 꽉 끌어안아 주고 싶어.


불안한 걸까. 수술이 잘 되지 않으면, 수영 선수라는 희망을 잃으면 소스케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할까? 그렇다고 무너질 소스케가 아니란 건 알지만, 오래전부터 꿔왔던 꿈이니까 이룰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아직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불확실하니까 좀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또 불안해하기만 하는 것보단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더 좋으니까. 불안해하며 보낼 시간이라니 너무 아깝잖아.


-도쿄에 오면 내가 더 꽉 안아 줄 거야. 뽀뽀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자. 어제 친구랑 갔던 카페, 와플이 엄청 맛있어! 아, 밥집도 있다. 소스케가 해준 볶음밥이랑 비슷한 맛이 나는 데도 찾아서 자주 갈 거 같아.


그러니까 더 좋은 걸 많이 하자. 수영도 잔뜩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거야. 옆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나도 더 많이 말할게. 오늘 있었던 일, 생각했던 거, 느꼈던 거 전부 다 소스케한테 말할 테니까.









재활용 글쓰기...

-지금 당장 가서 꽉 끌어안아 주고 시펑. 

< 쓰다가 오타 내고 소스케가 진짜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서 웃음이 터진 1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