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영

Free! 소스마코 아이스크림

중독된 깡 2017. 6. 15. 17:54

카키아님 리퀘~

더워서 소마코 아이스크림 나눠 먹는 거~





더워.


봄 같은 게 있긴 했나 싶을 만큼 빠르게 지나가 버리고 열도에는 가득 찬 습기와 모든 걸 불태울 듯한 뜨거움만이 남았다. 원정연습을 마치고 간신히 집에서 쉴 수 있는 휴일에도 날은 찌는 듯이 더웠다. 차라리 수영장에 가는 게 더 낫겠다 싶을 만큼 한낮의 열기는 뜨거웠기에 밖에 나가자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찬물을 끼얹고 나왔건만 거실 바닥에 쥐죽은 듯 늘어진 마코토는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베란다 문을 열어 두면 평소에는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집인데, 오늘은 정말 바람 한 점조차 불지 않는 듯했다.


“더워, 더워….”


어젯밤에 잠깐 춥다며 달라붙었던 마코토는 새벽이 되기도 전에 이불을 걷어차고 내게서 떨어졌다. 허리를 끌어안았던 손이 무색하게 땀과 열기에 몸을 떨어트린 그는 침대 구석까지 가서는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더우니까 떨어져서 자랄 때는 말 안 듣더니…. 속옷 하나만 입은 채 웅크린 게 또 안쓰러워 여름이불을 덮어 주었는데 그마저도 휙 던져 버리기 일쑤였다.


마코토가 유독 여름에 더위를 타는 건 이해한다. 우리는 수영장에 있는 시간이 더 길고, 내부는 따듯하기보다는 시원함에 맞춰져 있으니까. 하지만 쉬는 날까지 수영하러 간다는 건 조금은 스트레스일지도. 역시 일과 취미는 별개로 정했어야 했나.


냉장고 문을 열고 잠시나마 느껴지는 찬 기운에 몸을 맡겼다. 시원해. 일단 배라도 뭘 채워야 기운이 날 것 같은데. 지금부터 밥을 해도 시간이 꽤 걸리니까…. 전기밥솥에 밥부터 안친 후, 냉동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코토를 봤다. 여전히 엎드린 그는 시체가 누워 있는 것마냥 꼼짝도 하지 않았다. 리모콘을 건드릴 힘조차 없어 보였다. 그야,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땀이 나는데. 문 다 닫고 에어컨을 켜자고 했더니 그건 전기세가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야, 그렇지만….


“마코토, 아이스크림 먹을래?”


“먹을래.”


“이거?”


두 개가 붙어 있는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들어 보이자 마코토는 번쩍 몸을 일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트에 갔을 때, 이게 먹고 싶다며 집어 든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립네’라고 덧붙인 한마디가 밉상인 친구를 떠올리게 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소꿉친구였던 하루와 나눠 먹던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서. 기억의 단편에 질투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은 건 아니라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질투가 나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마코토도 나와 린에 대해 질투할 수는 있는 거니까. 하지만 린은 나랑 뭔가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고 너희는 그걸 나눠 먹잖아. 사람은 누구든 자기한테 관대하다고. 나는 괜찮지만 네가 그러는 건 보기 싫은 게 솔직한 심정 아냐?


쇼파에 앉아, 마코토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몇 번인가 반으로 나누다가 한쪽만 유독 크게 되거나 부서트린 적이 있어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현명하단 판단이었다. 마코토는 지친 얼굴에도 웃음을 머금으며 아이스크림을 나눴다. 기술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몇 년이고 익숙해진 정도가 다른 걸까. 탁 소리를 내며 나눠진 아이스크림은 반으로 갈라졌다.


“자.”


익숙한 듯 방긋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얼굴을 나는 계속 쳐다봤다. 벌써 녹기 시작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자 까득까득 소리를 내며 입안에서 사라졌다. 냉기는 번져 나갔지만, 입과 목구멍을 넘어가는 그 순간만 시원할 뿐, 피부에 와닿는 공기는 후텁지근했다. 그래도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마코토 옆에 앉아서 그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하루는 마코토가 내 앞에서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 침대에서 어떤 얼굴을 하는지 같은 건 알지 못할 테니까.


“……? 뭐 묻었어?”


손등으로 슥슥 얼굴을 닦아내던 마코토는 볼을 타고 내리던 땀을 훔쳐낸 뒤 다시 날 봤다.


“귀여워서.”


“응?”


되묻는 놀란 얼굴에 나는 입안에 아이스크림을 꿀꺽 삼키고 또박또박 그의 눈을 보며 말했다.


“너 귀엽다고.”


안 그래도 열기로 달아오른 얼굴이 더 빨갛게 변했다. 그러고는 내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것도 귀엽다고 한마디 하려다 참았다.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맞닿은 피부가 뜨거운 것도 잠깐이었다. 손에 쥔 아이스크림이 녹아 한 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있다간 마코토도 나도 다 녹아 버릴지도. 남은 아이스크림을 한번에 베어 물고 그에게 물었다.


“같이 샤워할까?”


마코토는 고개를 들었다. 빨개진 얼굴은 여전했다.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에는 신경도 쓰지 못한 채,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