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전독시

[중독] 서브 시나리오-나갈 수 없는 방 샘플

중독된 깡 2018. 11. 13. 14:42



전독시 배포전 미식협에 나올 19금 중독 소설 '서브 시나리오-나갈 수 없는 방' 샘플입니다.

제목 및 샘플은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By.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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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


흐릿한 의식 속에서 김독자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많이 들어본 목소리. 


"김독자. 눈 떠라."


이 녀석이 날 부를 때는 그닥 좋은 일이 없던데. 뒤이어 찰싹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아픔에 김독자는 눈을 떴다.


"아프다고, 유중혁."


버럭 화내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김독자는 볼을 어루만졌다. 그를 깨우기 위해 유중혁이 때린 뺨이 얼얼하게 아팠다. 천장에는 거울이 있었다. 침대를 중심으로 놓인 거울이 바닥에 놓인 김독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빨갛게 변한 뺨. 도대체 얼마나 세게 때린 거야, 이놈은. 절대왕좌 녹다운 시킨 거 아직도 담아두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여긴 어디지. 왜 이런 데 있지. 여기 오기 전엔 어디 있었지? 그래. 정희원, 이현성이랑 같이 히든 시나리오를 깨러왔다. 게임방 던전. 극장 던전과 유사하지만 게임에서 승리하지 않으며 깰 수 없는 던전. 그래봤자 유희의 지배자인 유중혁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는 던전이었다. 먼지가 쌓인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키고, 게임 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은데...?


"아직도 자고 있나?"


위로 올라가는 유중혁의 팔을 보며 김독자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잠깐, 나 깼어. 깼다고. 그러니까...."


몸을 일으킨 김독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천장에는 둥그런 거울이 붙어있었고. 두 사람의 옆에는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었다. 서너 명은 한번에 누울 수 있을 듯한 사이즈. 거울이 유독 많은 방을 보며 김독자는 유중혁에게 눈길을 돌렸다. 


"여기, 어디야?"


그 시선에 답하듯 유중혁은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라 유중혁 전용 스킬이라도 빼오려고 했는데. 스킬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타고난 재능으로 게임방 던전을 클리어하는 유중혁의 모습에 김독자는 감탄했었다. 역시 주인공은 사기캐라고. 그래. 거기까진 기억났다. 그 다음에는 뭐였지? 최종 보스라면서 포탈을 타고 넘어갔더니 이 방으로 넘어온 건가?


김독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어떤 행동을 하려는지 눈치챈 듯, 유중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방문은 잠겨 있다. 이미 네가 일어나기 전에 다 해봤다. 부수고라도 나가려 했는데 그럴 기미조차 안 보이더군."


유중혁은 살갗이 까져 붉게 물든 손등을 들어보였다. 저 녀석의 힘이 안 통할 리가 없는데. 김독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멸살법에서도 이런 방은 나온 적이 없다. 유중혁은 게임 던전 내에서도 너무 강했기 때문에 걸릴 게 없었어. 순식간에 모든 걸 돌파하고 나갔을 텐데. 애초에 멸살법에서 이런 최종 보스가 존재했던가? 방탈출 게임이라도 되는 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에 김독자는 다급히 방 안의 가구를 살폈다. 방 안 곳곳에 놓여 있는 거울, 커다란 침대, 그리고 서랍장에 벽걸이 TV까지. 게다가 조명도 밝다기보다는 뭔가... 이거 꼭....


"...러브호텔 같이 생겼네."


입 밖으로 내고 나서야 김독자는 확신했다. 같은 게 아니라 맞을 거라고. 그리고 유중혁은 말없이 고개로 서랍장을 가리켰다. 이미 조사해본 듯한 그 얼굴에 김독자는 불길한 얼굴로 그 앞에 섰다. 손잡이를 잡고 당기자 그 안에는 셀 수도 없는 콘돔과 러브젤, 바이브레이터, 수갑, 마개 등 온갖 성인용품이 널브러져 있었다. 김독자는 황급히 서랍을 닫았다. 같이 생긴 게 아니라 그냥 러브호텔인 거잖아, 여기는! 마음속으로 다급하게 비유나 비형을 속으로 불러보는 독자의 절규에도 구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혹시 이계의 신격인가. 시나리오를 클리어한 것뿐인데 그런 게 튀어나올 리도 없고. 애초에 게임방던전 최종 보스는 이런 게 아니었을 텐데? 혼란스러워지는 머릿속에 김독자는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코트 속에 있던 휴대폰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바탕화면은 그렇지 않았다.


없다. 폰 화면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txt 파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리저리 화면을 넘겨봐도 텍본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 공간을 만든 건 멸살법 작가라도 된다는 소린가? 아냐. 애초에 멸살법에는 이런 공간이 있을 리가 없는데? 정체 모를 공간 때문에 김독자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두 사람의 앞에 화면이 생겨났다.


홀로그램처럼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실체 없는 화면. 뒤이어 전자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안녕하세요. 유중혁 씨. 김독자 씨. 여기는 제가 만든 세계입니다.」


너무나 태연한 그 목소리에 두 사람은 눈 앞에 나타난 화면을 주시했다.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내용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제가 만든 세계'라니. 유중혁은 몰라도 김독자는 그 뜻을 짐작하기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멸살법에서 벗어난 시나리오. 1863회차의 한수영이 그러했듯 김독자가 모르는 세계와 그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공간이 어느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러브호텔처럼 꾸며진 것도 이해할 만했다.


여기 와주신 이상 제 말을 따라주셔야겠죠. 그래서 여러분께 주어지는 게임방던전의 최종던전, 최종 시나리오는 무엇이냐. 짜잔.


<서브 시나리오(???) -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분류 : 서브(2인)

난이도 : ???

클리어 조건 : 김독자와 유중혁이 섹스를 한다.(유흥의 정도는 ???가 판단합니다)

제한시간 : -

보상 : ???

실패시 :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음.



눈앞에 떡 하니 뜬 문구를 보면서 김독자는 경악했다. 게다가 보상은 왜 ???지? 제한시간이 없는데 실패하면 영원히 이 방에 있어야 하는 건가?


"...이런 거 본 적 없다고..."


입 밖으로 낸 말에 시스템은 날이 선 목소리로 독자를 꾸짖었다.


여긴 제가 만든 세계니까요. 그전에 김독자 씨. 제 말을 끊고 끼어들면 수치플을 시켜줄 테니 입다물고 듣도록 해요.


시스템의 메시지에 김독자는 입을 다물고 침을 꿀꺽 삼켰다. 차라리 유중혁처럼 가만히나 있을걸. 지금은 잠자코 이야기를 듣는 게 최선이었다.


좋아요. 유중혁 씨. 김독자 씨. 두 분을 여기 모신 데는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예요. 두 분이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기 위한 거죠. 게임방던전의 최종 보스는 전혀 다른 거였는데? 물론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꿨어요. 저는 그냥 중혁 씨와 독자 씨가 편하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채널 닫혔을 때, 남들 눈, 귀 신경쓰느라 얼마나 애쓰셨습니까?


유중혁은 인상을 쓰며 화면을 응시했다. TV광고라도 하듯 현란하게 변하는 화면에는 방금 한 이야기들을 그대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그와 김독자의 관계까지 알고 있다. 죽여 마땅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은 그 시스템에 거역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는 수밖에.


Noooo!. 그런 생각은 안 됩니다. 유중혁 씨. 김독자 씨가 깨어나기 전에 이 방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는 봤을 텐데요? 그리고 이곳에 들어와 도깨비와의 연락도, 성좌들의 메시지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잖아요? 깔깔깔.


기분 나쁜 웃음소리에 김독자는 주먹을 쥐었다. 생각까지 읽을 수 있나? 유중혁이라면 몰라도 내 생각까지는...


[아쉽지만 김독자 씨의 생각도 읽을 수 있답니다. 참, 이곳에서는 김독자 씨의 전용스킬을 잠시 봉인하기로 했어요. 벽은 이야기를 듣지 못할 겁니다. 정말이냐고 물어도 소용없어요. 저는 이 세계의 창조주니까. 게임방 던전의 지배자는 그런 스킬들에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우주의 법칙이 흐트러진다구요? 천만에. 여긴 개연성과 전혀 무관한 곳입니다. 스타 스트림의 관리에도 속하지 않는 곳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그대로 진행된답니다. 놀랍죠? 우 주 의 법 칙 이 제 손 안 에 있 습 니 다.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듯 마음대로 지껄이는 화면에 김독자와 유중혁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이냐고 물을 것도 없었다. 어떤 함정이나 규칙으로 유지되는지는 몰라도 지금 설명하는 존재는 정말, 이 공간에서 전능한 자였다.


게 말해 이곳은 섹스를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에요. 그러니 이 방에 계신 두 분께서 섹스를 하셔야겠죠? 저런 저한테 화를 내고 싶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두 분은 제 손 안에 있거든요. 혹시나 프라이버시가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 설명이 끝난 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말 없이 지켜볼 뿐이에요. 현실시간? 걱정 마세요. 스타스트림의 세계에서도 여러분은 아주 찰나의 순간동안 사라질 뿐이랍니다. 이곳은 시공간이 따로 분리된 곳이에요. 제아무리 유중혁 씨나 김독자 씨라고 해도 모르는 것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여기는 스타스트림에서 벗어난 세계. 하지만 스타 스트림과 이어지는 이야기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성적 만족을 유흥으로 보는 곳이죠.


소름 끼치는 웃음 소리 후에 목소리는 이어졌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상냥한 목소리였다.


이곳은 폐쇄 채널로 성인 이상의 인증을 받아 이루어집니다. 플레이어 여러분들의 자유를 위해 성좌는 메시지를 보낼 수 없고, 후원금 역시 이후에 쌓인 것을 드리기만 할 뿐, 익명의 성좌들은 여러분께 코인 후원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그러니 안심하시고 섹스해주세요. 그럼 이만. 총총.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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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협에서 '부스탈출' 부스를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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