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영

Free! 소스마코 소풍

중독된 깡 2014. 11. 19. 16:15






 



경찰관 소스케 소방관 마코토



 

 

 

-와아아아아아!!


들려오는 소리에 남자는 움찔거리며 몸을 수그렸다휘잉 하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함성이 들려왔다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자 좌우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는 올라갈 수 있는 최대한의 높이의 정점을 찍고 있었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마코토는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다른 장면을 떠올렸다분명 바이킹이 재밌어서 지르는 소리겠지만그 소리는 현장에서 종종 듣던 비명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았다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 다시 반대편으로 치솟는 그 움직임에 마코토는 고개를 숙였다다시금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두 손으로 귀를 막으려 손을 뻗었다그러다 자신을 보는 눈동자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렸다침착해마코토여긴 놀이공원이니까저 자신을 도닥이며 마코토는 마주친 연인을 향해 방긋 웃었다.


마코토의 그 묘한 웃음을 소스케가 모를 리 없었다모처럼 비번인 날에 맞춰 놀러 온 터라 소스케는 기분이 좋았다마코토와의 데이트도 오랜만이었지만놀이공원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라 무서운 놀이기구를 잔뜩 탈 생각으로 그는 아침 일찍부터 싱글벙글 웃는 낯이었다그에 비해 마코토의 얼굴은 울상이었다이유는 소스케 역시 방금 깨달았지만아마 타치바나 마코토는 무서운 놀이기구는 잘 타지 못하는 듯했다제일 먼저 보이는 바이킹을 가리키며 저거 타러 가자고 손을 잡아끌었을 때마코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소스케는 놓치지 않았다그런 반응이 귀여워 더 억지로 마코토를 끌고 온 것도 있었지만, 그는 사양하지 않았다. 무서우면 안 탄다고 하면 될 텐데평일이라 사람이 없어 몇 분도 되지 않는 줄을 서 있는 동안 마코토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셨다.


마코토.”


보다 못한 소스케가 말을 걸었다.


괜찮아?”

으응… 뭐가?”

얼굴 하얗게 질렸다고너 바이킹 타 본 적 없냐.”


그의 말에 마코토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더듬거렸다긴장했구나현장에 출동할 때보다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것 같아 마코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심호흡을 마친 마코토는 꿀꺽 침을 삼키며 미소 지었다.


아니탄 적 있으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웃는 얼굴 어색하다고자존심 같은 건가무서운 거 못 타는 게 뭐 어떻다고소스케는 그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물었다.


내가 옆에 있는데그렇게 무서워?”


몇 센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파란 눈이 마코토를 보고 있었다피할까도 생각했지만소스케의 눈을 피해 버리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이 되기에 마코토는 두 눈을 깜빡이며 소스케의 팔을 붙잡았다.


… 아니.”


팔을 붙잡은 손이 떨렸지만마코토는 손에 힘을 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탈 수 있어어렸을 때였지만탔던 적도 있고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다 쓸데없는 거야이상한 거야여긴 현장이 아니라 놀이공원이니까.


피하지 않고 똑바로 저를 보는 눈빛에 소스케는 웃음을 흘리며 그의 입에 입을 맞췄다금세 닿았다 떨어진 입술에 하얗게 변해 가던 마코토의 얼굴이 다시 혈색을 띠었다.


… 소스케사람들이.”

우리 뒤에 아무도 없어.”


빨갛게 물들어 가는 마코토를 보며 소스케는 다시 입 맞추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뽀뽀 한 번에 이러니까 가만히 둘 수가 없는 거잖아머리를 긁적이던 소스케는 마코토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안내요원의 말을 따라 바이킹에 올랐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코토가 그보다 먼저 걸음을 내디뎠다. 한가운데에 타는 게 마코토에게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었는데가장자리에 가깝게 자리를 잡았다지금 제정신인 건가소스케는 자리에 앉은 마코토에게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지만마코토는 어색한 웃음을 지은 채 자리에 앉아 안전봉을 꼭 쥐고 있었다.


너 괜찮아?”

으응괜찮아.”

고집은.”

고집 아냐.”

말은 왜 더듬는데.”

…….”


소스케는 작게 한숨을 뱉으며 털썩 마코토의 옆에 앉았다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지금 이런 반응인 건 겁먹어서 그런 게 맞는데소방서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싶었지만엊저녁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한 마코토의 입에서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일 같은 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괜한 고집 피울 녀석도 아니고힐끗 시선을 주자 꾹 입을 다문 마코토가 보였다.


안전바가 내려오고 안전요원이 두어 번 흔들고 가자 마코토의 얼굴은 더욱 굳어 갔다.


... 소스케이거제대로 안 내려간 거 아냐?”


약간 여유 있게 들리는 안전바를 올려 보며 마코토는 불안한 듯 그를 봤다그렇게 무서우면 그냥 타지 말지이러다가 도중에 내려달라고 하는 거 아냐파르르 떨리는 입술에 핏기가 가시고 있어 소스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눈앞에 보이는 손에 마코토는 지푸라기 잡듯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출발합니다즐거운 시간 되세요!

 




 

마코토는 소스케의 예상대로였다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부터 그는 안전바를 꼭 붙잡고 있었다조금이라도 더 힘을 주면 바가 떨어져 나가진 않을까 싶을 만한 힘이었다높이가 올라갈수록 주변에 앉은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고소스케 역시 그 분위기를 따라 소리를 질렀다하지만마코토의 고개는 바닥을 향한 채였다그의 손을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에 소스케는 팔로 마코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무서워귓가에 속삭인 작은 목소리에 마코토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초록 눈동자가 한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말조차 하지 못하는 눈이 깜빡이며 물방울을 토해 냈다이럴 줄 알았으면 타지 말걸거기까지 생각이 미침과 동시에 울먹거리는 마코토의 얼굴에 아래에서 반응이 올 것 같아 소스케는 그 얼굴을 제 어깨에 묻게 했다그리고 마코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미안미안괜찮아금방 끝나니까.


그리고 지금소스케는 봉지에 머리를 박은 마코토와 마주하고 있었다새벽같이 일어나 놀이공원에 왔기에 뱃속에 들어간 건 편의점에서 하나씩 먹었던 삼각김밥이 전부였다그러니 토해낼 건 없었다그런데도 마코토는 연신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눈물을 훔쳐내느라 가장 마지막으로 놀이기구에서 내렸기에 눈치 볼 사람은 없었다무엇보다 마코토 같은 사람들을 위해 놀이기구의 출구에는 비닐봉지가 준비되어 있었으니까.


… 멀미 .”

보면 알아.”


소스케는 마코토의 뒤에서 등을 두드려 주며 답했다구역질이 좀 사라진 것 같아 소스케는 마코토에게 물을 건넸다고마워인사와 함께 그는 뚜껑이 따진 물을 받아들었다가빠진 숨을 고르며 한 모금 들이키려는 순간와아아아아아다시금 들려오는 함성에 물병을 쥔 손이 떨렸다.


무서우면 말을 하지 그랬어.”

그치.”


마코토는 말을 다 하지 못한 채물을 마셨다꿀꺽꿀꺽물을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소스케는 대강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뻔하지괜한 고집은 아니야. ‘소스케가 타고 싶어 했으니까겠지그렇게 벌벌 떨면서 눈물 흘리고 멀미까지 나는데도소스케는 바보처럼 착한 제 애인에게 화를 내야 하나 고맙다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간신히 물 몇 모금을 마시고 입가를 닦는 마코토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내 잘못이지오랜만에 놀이동산에 온다고 들떠서애도 아니고.


괜찮아?”

으응괜찮아.”

이제 놀이기구 안 타도 되니까.”

?”


소스케는 마코토의 손을 붙잡아 끌었다.


저기… 소스케?”


말로 해 봤자타고 싶은 거 타도 된다고 할 녀석이니까행동으로 움직이는 수밖에어리둥절해하는 마코토를 끌며 소스케는 앞장서 걸어갔다.

 




 

손을 잡아채 걷기 시작한 소스케는 어딘가 화난 사람 같았다차가워진 눈초리와 굳어 버린 얼굴 탓에 마코토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화난 걸까오기 전부터 많이 기대했을 텐데소스케는 놀이기구 같은 거 잘 탈 것 같으니까내가 놀이기구에 겁먹어서타지 못하니까 그런 걸까높은 곳에 오르는 것정도는 현장에서 자주 있는 일이었다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 구출에서부터 고층 빌딩의 화재까지 마코토도 경력 3년이 다 되어가는 처지였기에 위험상황에는 단련이 되어 있었다그치만 이건 일이랑은 다르다구사람 목숨을 구하는 문제고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


마코토는 소스케의 등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해해 주지 않으려나겁쟁이라고 생각할까소스케와 같이 산 지는 1년이 채 안 되었다사귄 지는 조금 되었는데같이 살기를 결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다처음으로 사귀자는 말을 꺼낸 것도망설이는 마코토에게 동거를 제안한 것도 전부 소스케였다항상 받기만 하니까그러니까 소스케한테는 더 미움받고 싶지 않은데앞서 걷는 넓다란 등이 제게 벽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코토는 눈가를 훔쳤다.


저기면 네가 그렇게 질릴 일도 없겠지.”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으며 말했다하지만 아까보다 누그러진 말투라 마코토는 고개를 갸웃 하며 소스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표지판에는 동물원이라는 글자가 두 사람이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놀이기구 타고 싶었던 게 아닌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마코토의 반응에 소스케는 뒤돌아서며 마코토를 봤다.


싫으면 말해가만있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약간 눈을 피하는 모습에 마코토는 눈을 깜빡였다예상대로 소스케는 손으로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었다미안해하고 있는 거네소스케 나름대로 조금이라도 마코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생각할 때 으레 나오는 버릇이었다그럴 거 없는데우리 요새 얼굴도 잘 못 보고 지냈는데소스케랑 같이 나와서 정말 기쁘고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으려던 마코토는 고개를 저으며 소스케의 말에 답했다.


으응.”


훌쩍이는 소리에 또 우는 건 아닌가 걱정했던 소스케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분명 아까와 같은 등인데이번에는 앞장선 소스케의 등이 너무나 듬직해 보였다. 화낼 리가 없나. 이렇게 상냥한 소스케인데. 마코토는 소리없이 웃으며 그를 불렀다.


소스케.”

?”

고마워.”


방긋 웃으며 옆에 선 마코토의 얼굴에 소스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그는 또 연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다시 발그레 달아오른 그를 보며 그는 작게 혼잣말을 뱉었다오늘 왜 이렇게 귀엽냐.







마코른 생일파티 때 내려다 펑난 원고 중 일부ㅠ